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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bia Jan 30. 2017

모아나

인종과 지역, 캐릭터의 확장으로 본 디즈니의 변모


전세계 애니메이션계의 양대 산맥, '스튜디오 지브리' & '픽사 /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의 변천


전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양대 산맥으로서의 지브리 스튜디오와 (디즈니에 합병되기 이전의)픽사의 존재는 애니메이션 장르의 일종의 심벌과도 같다. 주로 자연과 인간과의 공존이나 현실과 판타지 사이의 소통을 주요 화두로 풀어내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천공의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같은)이나 <토이 스토리 3>, <니모를 찾아서>, <라따뚜이>, <월-E>, <인사이드 아웃>, <굿 다이노>, <도리를 찾아서> 등 주로 모험과 성장을 다루는 픽사의 애니들은 전통적이고도 의존적인 전형적인 공주 스타일로 매몰시킨 여성 캐릭터들이 극의 중심을 이끄는 디즈니의 작품들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을 지녔다. 때문에 픽사와 합병(2006.5)되기 전 할리우드 시장의 21세기  애니메이션 산업은 애니이면서 다분히 어른 지향적인 감수성을 지닌 픽사에 의해 주도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데렐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인어 공주>, <미녀와 야수> 등 초기 디즈니의 작품 속 캐릭터의 양상은 예쁘고 잘 생긴 공주나 왕자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 사악하고 나쁜 그리고 못 생기기도 한 마녀나 악에 맞서 싸우는 이분법적인 구도가 주를 이뤘다. 이러한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들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지점이 바로 <뮬란(1998)>이나 <라푼젤(2010)> 같은 보다 전사적이면서도 성에 갖췄지만 스스로 탈출을 모색하는 보다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의 등장부터이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디즈니 애니 속 여성 캐릭터의 변화는 겨울왕국(2013)을 거치며 정점을 맞는다. 주로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에 국한되었던 디즈니의 공식은 자매 간의 사랑과 이야기로도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줄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캐릭터의 확장과 파괴는 기존의 디즈니 캐릭터들의 도식화된 틀에서 벗어나 이야기의 확장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무한 긍정적이다.


<모아나>는 <겨울왕국>의 뒤를 잇는 이런 디즈니의 야심이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작품이다. 잘 생긴 왕자에 의해 구조되었던 전통적인 디즈니의 여성들은 어느새 모험의 세계로 주저없이 떠나는 주체적이고도 독립적인 신여성이나 악녀 캐릭터로 거듭났다. 그녀들은 더이상 잘 생긴 왕자의 입맞춤이나 인생역전을 가능케할 신데렐라의 잃어버린 한 쪽  구두 따위를 기다리지 않는다.



모아나, 폴리네시안 신화와 결합된 겨울왕국의 폴리네시안 버전?


창조의 어머니, 테피티의 잃어버린 심장을 되돌려주기 위해 마우이와 함께 바다로 모험을 떠나는 모아나나 마우이는 디즈니 애니 속에 등장하던 전통적인 캐릭터들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선 vs 악, 예쁘고 잘생긴 사람 vs 못 생기거나 험악한 야수로 철저히 이분화되었던 디즈니의 캐릭터의 전형성을 요즘 디즈니 애니들에선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모아나나 마우이는 외모부터 미의 전형적 기준이라 할만한 뽀얀 피부와 금발을 지닌 전형적인 백인 미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의 피부는 뜨거운 태양 아래 검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와 머리카락 색깔도 금발이 아닌 검은 색에 직모도 아닌 파미 뽀글머리이다. 게다 모아나의 환상적인 콤비로서의 마우이는 거인을 연상케할만큼 키가 크고 기골이 장대한 커다란 덩치에 사방으로 부푼 검은 파마머리, 온몸을 뒤덮은 문신이 인상적인 전통 폴리네시안들을 연상케 하는 외모를 지녔다.

기존 디즈니의 애니들처럼 여전히 선과 악의 대결은 존재하지만, 인종과 민족, 문화적 다양성의 확장과 파괴는 이들 디즈니의 캐릭터가 기존에 비해 확실히 다양화되고 진화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모아나는 아빠로부터 끊임없이 암초 밖 바다는  위험하니 가까이 가지 말라는 경고를 받는다. 그들이 사는 섬 모투누이는 위험한 바다와 대비되는 안전하고 먹을 것이 풍부한 이상적인 세계의 상징이다. 하지만 모아나는 순종적이고 호기심이라곤 없이 누워서 백마 탄 왕자만을 기다리던 기존의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들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저 세상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모아나에게 바다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상징과도 같다.

 일반적이지 않은 외모로 바다에 버려진 마우이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 창조의 어머니 테피티의 심장을 훔친 죄로 세상은 암흑과 저주에 빠진다. 그 댓가로 마우이는 1000년 동안 고립무원의 섬에 갇힌다.

이렇게 마우이라는 폴리네시안의 영웅신화에 기대어 죽어가는 섬을 구해낼 유일한 방도로  바다의 신에 의해 간택된 모아나가 마우이가 잃어버린 신비의 갈고리와 테피티의 심장을 찾아 테피티에게 되돌려주기 위해 떠나는 바다로의 모험과 여정은 그대로 폴리네시안들이 태평양 인근의 여러 섬들에 정착하기 시작하던 이들의 탄생 기원을 떠올리게 한다. 테피티는 바로 모아나의 고향 모투누이로 대변되는 폴리네시안들의 탄생의 어머니이자 폴리네시아 섬의 창조의 모태이다.


그래서 모아나나 마우이가 용암의 신 테카나 홍게를 연상시키는 해적 무리들과 싸우는 여정은 그대로 항해에 능했던 폴리네시안들의 거친 바다를 상대로 태평양에 정착하기까지의 그 험난한 정착기를 그대로 연상시킨다.

겨울왕국의 타이틀을 이어받은 디즈니 애니 모아나는 모아나와 마우이 버전의 다양한 ost들이 이들의 모험과 함께 한다. 그 노래들은 힘이 있고 역동적이며 활기에 차 있다.


디즈니 뮤지컬 애니의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겨울왕국의 뒤를 잇는 모아나는 30년 내공의 론 클레멘츠와 존 머스커의 협력으로 <인어공주>와 <알라딘>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성공신화를 써낸다. 이미 국내 흥행 스코어로 200만에 다가서고 있는,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 중인 모아나의 저력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의 뒤를 이으며 그 위세등등함을 떨치며 현재도  승승장구 중이다.


겨울왕국의 그 정반대 버전으로서의 폴리네시아인의 신화와 결합된 모아나는 곳곳에서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끄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의 잔상도 곳곳에서 비친다. 세심하고 격랑에 찬 기술적인 CG로 완성해낸 모투누이 섬의 바다는 <벼랑 위의 포뇨>를, 모투누이를 부활시키기 위한 모아나의 사투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나우시카를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보기에 따라 모아나는 기존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과 디즈니의 기술력, 픽사의 감성이 어우러진 총체이자 모방이요, 이 모든 것들을 고급스럽게 짜집기한 모듬 애니쯤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리고 주인공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등장하는 바다의 신과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할머니의 존재는 이런 모아나의 흔들리는 신념과 정체성을 다시금 굳건하게 만드는 절대자로서의 전지전능함을 지니며 모아나를 조력한다.

그러나 이러이러하지만 결국에는 이 모든 장애물을 넘고 희망적 메시지에 도달하는 전형성에서 오는 단점은 오프닝에서부터 이 영화가 단순한 애니가 아닌, 뮤지컬 애니임에 대한 확실한 신고식을 치르며 시작하는 이 영화의 활력과 음악적 매력, 황홀할만큼 아름다운 바다빛깔 등 화려한 CG 등으로 상쇄된다.



인종과 지역, 캐릭터의 파괴


폴리네시아어로 '바다'를 뜻하는 모아나는 그 자체로 이미 새로운 세계를 상징하며, 이는 곧 항해자로서의 폴리네시아인의 삶의 터전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대로 인종과 지역을 파괴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등장으로 새로운 신화를 써내겠다는 디즈니의 모험이자 새로운 지평에 대한 상징일 것이다. 지브리의 애니 속에 자연과 인간 간의 공존을 위한 매개체로서 나우시카 같은 여성 캐릭터가 존재하듯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는 이제 잠자는 숲 속의 공주에서 모험의 세계를 향해 한 발, 또 한 발 나아가고 있다. 성에 갇혀 왕자의 도움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여성상은 현대 사회에서 더이상 살아남기 힘들다.

<주토피아>를 통해 특정 인종과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 행태에 칼날을 드리웠던 디즈니의 행보는 인종과 민족, 문화적, 성적 다양성을 자양분 삼아 점차 자신만의 또렷한 목소리를 갖고 순항 중이다.


모아나와 마우이가 입고 나오는 의상 하나부터 그들이 착용하는 전통 악세사리, 그리고 심지어 목소리 더빙마저도 실제 원주민의 피를 이어받은 드웨인 존슨(마우이)과 아울크라발호(모아나)가 맡는 등 이런 제작진의 세심함과 함께 남태평양 섬의 원주민들에 대한 존경과 경외를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모아나의 ost에 대한 내용은 아래 제 블로그 링크 글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모아나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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