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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bia Feb 01. 2017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브런치의 지향점을 고민해야할 시간


이번에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하나의 고민이 생겼다. 어떻게 차별화된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요즘은 이미지의 홍수 시대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글들로 넘쳐나는 정보와 텍스트의 홍수 시대이기도 하다. 수많은 글들 중에서 누군가의 눈에 띄어 선택되기 전까지 그 글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어떤 글의 진정한 가치는 누군가에 의해 선택되어서 누군가의 가슴에 머물렀을 때라야 진정한 효력이 발휘된다.


그럼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개인적으로 좋은 글이란 기교나 문법에 정확하게 부합하거나 시점과 인칭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작성된 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좋은 글이란 텍스트 안에서 모든 이미지가 구현되고 그 텍스트 안에 언급된 인물들의 내면까지 생생하게 와닿는 글이야말로 좋은 글이 아닐까 싶다.

글의 최종 목적은 누군가의 가슴에 잔상을 남기는 일이다. 휘발성 글은 읽기에는 가볍고 읽는 순간엔 즐거울지 몰라도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 머물기는 어렵다.


네이버에서 지난 10년 이상 블로그란 걸 운영하는 동안 어떤 텍스트를 작성하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미지의 첨부에 집착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 했다. 물론 그 자체가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좋은 글은 기본적으로 이미지가 갖는 그 기능마저도 텍스트가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글을 읽고 있지만 이미지가 머리 속에 그리고 가슴 속에 그려지는 텍스트야말로 좋은 텍스트이다.


블로그 초창기 시절 처음부터 필자가 영화나 책 비평에 관심을 두었던 것은 아니다. 전문적인 직업인으로서의 소설가나 시인이 보면 부족하기 짝이 없는 문학적인 글들, 이를테면 창작시나 에세이, 창작소설 등으로부터 출발 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한 번도 전문적이고도 기술적인 테크닉을 배워본 적은 없지만 내 글을 읽으면 어떤 이미지가 생생히 그려진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소설보다는 오히려 시나리오 작가나 동화 작가를 권유받기도 했다. 물론 그 어느 쪽이라해도 기술적으로는 턱도 없는 일이란 걸 안다.


다시 서론으로 돌아가서, 브런치에 써야할 글들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뚜렷한 목적 의식과 넘쳐나는 텍스트들 속에서 내 글이 누군가에게 선택되어 읽혀지려면 그만한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 싶다. 그리고 그것이 이 브런치라는 공간을 가꾸고 있는 다른 작가들의 한결같은 고민일 것이다.


영화와 책 관련 칼럼은 내가 머리 속에 그려둔 어떤 주제 하에서 되도록이면 그 주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영화와 책들로 일관되게 채워갈 것이다. 그리고 과거 네이버 블로그 초창기 시절 주로 써왔던 창작소설이나 기타 창작글들도 하나의 주제 아래 매거진 형식으로 묶을 것이다.

지향점이 없는 글쓰기는 피로감만 쌓이게 한다. 열정이 꿈으로 치환되기도 전에 지친다.


텍스트를 읽고 있지만 이미지가 같이 그려지는 글,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한 글을 지향하고 싶다. 그리고 텍스트가 지녀야할 가장 중요한 힘은 결국 머뭄과 잔상이다. 누군가의 가슴을 두드리지 못하는 글쓰기는 공허하며 자기 위안일 뿐이다.





책 관련 비평글 몇 개를 소개해본다.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인간 실존의 무게 25g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평범한 일상도 시적세계가 되는 기쁨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침묵의 유배지로의 감금


한강 <채식주의자> 무엇이 우리의 가슴을 여위게 하는가


장지현 <다시> 순수함으로 잉태해낸 봄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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