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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ubia Jan 26. 2017

US 에어 웨이스1549편 vs 세월호

기적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 24분, <설리:허드슨강의 기적>


208초, 순간의 판단력이 기적을 만든다


2009년 1월 15일, US 에어 웨이스 1549편이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해 샬롯 공항으로 향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새떼의 충돌로 양쪽 엔진의 추진동력을 모두 상실하고 사고 후  비행기는 허드슨강에 불시착 하게 된다.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은 150명의 승객과 2명의 승무원, 그리고 3명의 조종사를 포함해 총 155명을 태운 이 US 1549편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신화를 모티브로 한 실화 영화이다.

US 에어 웨이스 1549편 항공기가 이륙했던 라과디아 공항은 미국의 전 공화당 하원의원이자  뉴욕시장을 역임한 정치인이자 법률가(팡사 출신)인  '피오렐로 헨리 라과디오' 사후, 그의 이름을 따 뉴욕 퀸스에 설립된 공항의 이름이 변경된 것이다.


1549편의 캡틴 셀런버거와 부기장 제프가 사고를 인지했을 때 엔진은 이미 추진력을 잃었고, 고도는 850m정도로 낮았으며, 체감 기온이 영하 20도의 극한의 상황 속 모든 동원가능한 보조장치들의 상태도 올 스탑된 이후였다.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기적을 만들어냈을까?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오프닝 시퀀스는 이런 US 1549편의 사고과정을 곧바로 보여주는 대신, 사고 후 주인공 셀런버거 선장이 꾸는 악몽으로부터 시작 한다.


양쪽 엔진을 모두 잃었다. 라과디아로 회항하겠다.


사방이 꽉 막힌 도심의 빌딩 속, 155명을 태우고 양쪽 엔진이 모두 손실된 사고 비행기를 몰아야만 했던 캡틴 셀런버거의 압박감은 빌딩숲을 들이박는 악몽에 시달리다 깨는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이러한 인생의 절대 위기 상황에서 한겨울 허드슨강에 불시착하는 시련을 겪으면서도 한 편의 기적 같은 신화를 써낸다.

그러나 관객들의 예상과는 달리 셀런버거 기장은 허드슨강에 불시착할 수밖에 없었던 그의 선택에 대해 정부 기관으로부터 끊임없이 그 타당성을 의심 받는다.

라과디아 공항으로의 회항과 테터보로 공항으로의 진입 등 다른 선택지를 두고 그가 내린 판단이 과연 최선이었는지를 끊임없이 의심받는 상황은 한 인물이 써낸 기적 같은 신화를 영웅담으로 미화하는 것을 영화는 경계한다.


사고 경위에 관한 상황이 이 영화 속에서 전반부가 아닌 영화의 중반부에 다루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셀런버거 기장은 자신이 할 수 있다 판단되었던 최선의 선택을 실행에 옮겼지만, 그러한 선택이 최선이었음을 영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증명받아야만 한다.

그의 인생이 타인에 의해 평가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208초였다.

그 208초의 시간 안에서 그가 내린 결정이 그가 기장으로서 40년간 쌓아온 경력과 경험의 총체를 증명하는 시간이라는 것은 우리가 자신의 정체성과 능력, 판단력, 리더로서의 자질 등을 타인으로부터 평가받는데 걸리는 그 찰나의 시간의 무게를 역설적으로 대변하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 인생의 어느 순간이 그런 타인의 냉정한 평가의 시험대 위에 오를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우리 인생의 매 순간순간을 그런 시험의 연속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내는 수밖에는 달리 도리가 없다.


40년간 100만명의 승객을 태웠는데 단 208초 사이에 일어난 일로 평가받는다는 거야



NTSB 직원들이 US 1549편이 허드슨 강에 비상상륙을 시도한 그 상황을 두고 끊임없이 그 타당성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단지 한 인물이 내린 선택에 대한 불신과 그를 궁지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아니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사회가 수많은 테러의 위협과 다인종 국가라는 핸디캡 속에서도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유는 바로 개인과 개인이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최선의 일들을 수행해내고 있는 때문이다. 셀런버거 기장이 기장으로서 최선의 판단을 내렸듯이, 그들은 그러한 선택이 합리적이었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앞으로 유사 사고시 대응체계와 최선의  메뉴얼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다.  

그들은 컴퓨터와 조종사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여러 가능한 경우의 수를 분석하며 셀런버거 기장이 내린 선택의 타당성과 적합성 여부를 분석하고 또 분석 한다.

그러한 장면은 일종의 폭력으로 보일만큼 주인공의 심리를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US1549편이 만들어낸 신화가 단지 셀런버거 기장 한 사람의 공이 아닌, 미국 국민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써낸 평범한 일반인들의 신화임을 강조한다.

155명의 승객(승무원과 기장 포함) 전원을 체감기온 영하 20도의 한겨울 허드슨강의 한 복판에서 모조리 다 무사구조해낸 기적 같은 일은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사람들이 존재했기에 만들어진 기적이라는 사실이다.


40년간 수천 번의 비행 경험으로 내린 기장의 현명한 직관에 의한 선택과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한 승객들과 승무원, 거기에 1200여명의 구조대원과 7척의 어선들, 관제탑 등 이 모두 합심해 기적을 만들어내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4분이었다.


전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였습니다.
제프와 도나, 쉴라, 도린, 승객 모두와 구조대원들, 관제사들, 출근보트 선원들과 스쿠버 경찰들...
모두 같이 이루어낸 겁니다.


기적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 24분 vs 만 3년


세월호 사고가 일어난지 벌써 만 2년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총 탑승인원 476명, 사망이나 실종자 304명(실종자 9명 포함), 생존자 172명...

지금까지 세월호 사건이 남긴 참담한 이 숫자의 기록은 사고 후 만 3년이 다 되어가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다.

2014년.4.16일 아침 8시 50분경에 발생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 현재진행형이다. 사고 발생일로부터 한 달의 시간이 지날 때까지 총 284구의 시신을 건져올린 세월호의 시계는 아직도 멈춰있고 국정은  온갖 농단과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으로 얼룩져있다.


한 사건은 바다에서 발생한 선박 사고이고, 다른 한 쪽은 강에 떨어진 비행기 사고임에도 두 사건의 결과는 참담할 정도로 다르다.

영화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말미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155명이란 단지 숫자에 불과합니다. 그 숫자에 사람을 입하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우리들의 엄마, 아빠, 남편, 아내, 그리고 아들과 딸...



그래서 사실 어떤 사고에서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그 숫자를 사람의 얼굴로 치환하면 그 숫자는 고스란히 우리들의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등으로 무한대로 확장 된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vs 나, 다니엘 블레이크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 현실적으로 세월호 사건과 가장 닮았다면, 영화 속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이런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전자가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유기적이고도 조직적으로 돌아가는 최선의 시스템과 그런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리더의 역할과 필요성을 강조하는 영화라면,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시스템의 불합리함을 꼬집는 영화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두 영화를 연출한 두 노장 감독의 판이한 정치 노선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대표적인 미국의 보수논객인 반면,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연출한 켄 로치 감독은 영국 사회의 대표적인 진보성향을 지닌 인물이다. 이런 두 사람의 판이한 정치적 지향점은 그들의 영화를 통해 서로 다른 방식과 주제로 구현된다. 각자가 필요한 자리에서 필요한 기능을 수행하는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조직적인 시스템과 일반인들이 만들어내는 작은 신화들은 켄 로치 감독으로 옮겨오면 이런 시스템의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 앞에서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하는 시스템의 불완전성과 이에 대항하는 약자들간의 연대라는 정반대의 이야기로 치환된다.

그러나 결국 모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점에서 두 영화는 다른 듯 닮아있다.

 

기적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 단 24분!

만 3년이 흐르도록 기적은 커녕 아직 물 속에 수장된 채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한 세월호의 상황은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신화도 아닌, 나 다니엘 블레이크 속 다니엘과 케이티가 처한 상황보다 더 참담한 수준이다.

기적이 아닌 상식을 바라는 사회.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을 보다보면 그런 상식적인 리더의 자질과 판단력이 자신이 속한 조직, 나아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모두를 영웅으로 만들 수도 있음을 실감케 한다.


기적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때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다. 한 사람의 훌륭한 개인이 모여 조직의 미래를 기적으로 만들 수 있지만, 훌륭한 리더는 조직원들을 영웅으로 만든다.

은퇴를 앞둔 실제인물이자 사고 여객기의 기장 '체슬리 셀런버거'로 돌아온 톰 행크스의 절제된 대사와 연기는 영웅이냐 역적이냐의 기로에 선 한 인물의 무거운 내면을 무겁게 담아낸다.

영화 말미 실제 사고 여객기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생생한 증언이, 실제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의 모습과 사고 당시의 현장 사진들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비교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플라이트> 우리 인생의 기적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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