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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계획한거에요?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던 말

by 그럴수있지

아이와 처음으로 함께하는 이사를 끝내고

대충 정리가 끝나갈 즈음

예전보다 넓어진 집을 보니 문득 둘째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넓진 않지만 예전보다 넉넉해진 공간 덕에 내 마음도 여유로워진걸까


이사 전 해 6월에 있었던 아픔으로 남편과 나는 둘째 이야기는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아마 그날의 내 눈물에 함께 숨이 막혔던 남편은 묵묵히 나를 기다려줬을 것이다.


"여보 우리 둘째를 가져야겠어" 라고 말한 다음 달

참 눈물나게 고맙게도 둘째 건강이가 우리를 잘 찾아왔다.



둘째는 태명대로 건강하게 우리의 가족이 되었고

우리는 완전체가 되었다.

그 완전체 안에는

그새 흰머리가 너무 많이 생겨 화장실에서 족집게를 들고 거울앞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지만

SNS에 아이들 자랑하기 바쁜 아빠와

피곤함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얼굴 때문에 거울은 보기 싫지만

아이들 보고 웃느라 주름이 늘어난 엄마,

보는 사람마다 "내 아기야" 라고 소개하는 언니,

벌써부터 야물딱지게 생겼다는 소리를 듣는 동생이 있다.



그렇게 네살 차이가 나는 두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다.

서로 지지고 볶으며 몰래몰래 옷도 훔쳐입겠지만

나중엔 서로의 마음이 되어줄 자매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키우고 있다.


그리고 한명의 어른도 키우고 있다.

조금은 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는 멋진 어른으로 키우고 싶다.

나를.


이제는 그저 마냥 신기하고 귀여운 한 아이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며 살 수 없다.

내 머릿속을 1/3으로 양분하여 첫째, 둘째, 그리고 나의 영역으로 나누어야 한다.

대신 밀도를 그만큼 높여야 한다.

첫째 아이를 키우며 마냥 즐겁게, 또 무섭도록 빠르게 지나간 시간덕에

이제 더이상 나를 이렇게 방치하면 안되겠으니 내 자리도 하나 차지하련다.


남편도 키우고 싶었는데 (이미 느낌은 6년 키운 느낌이지만)

그건 그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대신 나를 키우는 항목에 남편과 사랑하며 지내기 정도를 넣으면 되지 않을까



우리는 오늘도 반짝인다.

하루 고단함 끝에 오는 눈물의 반짝임일 수도 있고,

아이의 미소 끝에 걸려있는 반짝임일 수도 있겠다.

반짝임이라는 것은 계속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남편과 내가 아이 둘을 키우고,

아이 둘이 우리를 키우는

매일을 모아 기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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