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는 2배, 육아는 4배인데 이거 맞아요?

계산이 안 맞잖아요

by 그럴수있지

둘째가 태어나 우리 집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생긴 변화를 어떻게 심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음..


세 명이 삼각형의 한 꼭짓점을 차지하면서

이제야 자기의 생활에 자리를 잡으면서

균형으로 이루어지던 것들이

(물론 아이 한쪽에 조금 더 비중이 큰 이등변 삼각형 정도가 되려나)


두 꼭짓점에 비중이 큰 마름모가 되었다.


위아래 두 개의 꼭짓점은 각자의 존재감을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 1,2년은 더 멀어지지 않을까

사실 둘 중 하나가 양보를 한다고 하면

미안해서 니 몫을 챙기라고 수선을 떨어댈 극 F성향의 엄마가 여기 있다.


나는 육아에 있어 골든타임을 놓칠까 봐 항상 고민이고

아이 둘 다에게 그걸 챙겨주고 싶다.

문제는 어느 나이 든 그에 맞는 골든타임이 있어 어느 한 시기도 쉽게 갈 수 없다는 데에 있다.


6살 첫째는

어려워지는 유치원 공부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예체능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지,

(너무 놀랍도록 빠른) 아이들의 공동체 안에서 살아남는 법도 알려줘야 한다.

가끔 우리 가족 안에서 생겨난 또 다른 '공주'로 인해 스트레스받지 않을까

마음도 생각해줘야 하고 눈치도 봐야 한다.


5개월 둘째는 뇌 발달이 슝슝 될 수 있도록 촉감놀이도 해줘야 하고

뒤집기, 되집기 등 대근육 놀이도 놓칠 수 없다.

아 언니가 있을 때는 잘 안 듣는 아기 동요도 틀어줘야지

이제 이유식도 준비해서 잘 먹여서 키워야지

헉헉


이렇게 아이 각자의 몫을 챙기는 과정에서

진짜 문제는

아이가 한 명에서 두 명이 되면서 아이는 x2가 되었는데

육아의 난이도는 x2가 아닌 x4 쯤 되었다는 것이고

여기서 반전은 4중의 3은 첫째가 차지한다는 것.


보통은 말한다.

첫째가 6살 정도 되면

말도 잘 알아듣고 엄마를 잘 도와줘서

아마 아이 키우는데 많이 도움 되고 편할 거라고


네, 이제 내 말 좀 들어보시죠

물론 첫째 아이가 나름 컸다.

여기서 나름이라는 건, 크긴 컸는데 아직 애라는 말이다.

그래서 첫째 아이의 눈치를 많이 봐야 한다.

아이가 말이 잘 통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줄 알아서

본인에게 쏟아지는 관심의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 또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고

소위 어른들이 말하는 착한 아이는 그런 변화된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바로바로 표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이런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우리 첫째 아이이기 때문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이건 정신적인 소모가 꽤 크다


또한, 첫째의 도움이 아주, 매우 고맙지만

이 세상에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상대를 힘들게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어느 날 저녁시간 심심했던 아이는 동생의 목욕을 도와주겠다고 하고

첫째 아이가 육아에 함께해야 둘째와의 애착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글을 본 나는

웃으면서 함께 하자고 한다.

제대로 목을 가누기 힘든 아기의 목욕은

아이가 물을 먹지 않도록 몸을 한 손으로 지탱하며

아이가 춥지 않도록 다른 한 손은 빠르게 씻겨야 한다.

이때, 첫째 아이는 동생과 놀아준다는 생각으로 물장난을 치고

그러면 둘째 아이의 얼굴은 웃으면서 물범벅이 되고 몸은 허우적거리기 시작하고

내 팔은 쥐가 날 것 같다.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힘들구먼 허허)

이 외에도 둘째가 잠이 들려고 하는 순간 들어온 첫째가 토닥토닥 크게 자장가를 불러주면

다시 반복해야 하는 재우기.

하지만 이런 걸로 화낼 수 없으니 꾹꾹 눌러 담기

그래 우리 딸 하고 싶은 대로 다해 허허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복리처럼 불어나는 육아라니!



둘째는 발로 키운다는 말은 왜 나왔을까

보통은 손쉽게 키운다는 이야기겠지만

손이 다른 곳에 다 가있어서 발의 힘이라도 빌려야 하는 의미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손발을 다 동원하는 육아 중에도

한 번씩 웃고 설거지를 할 수 있는 여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가끔씩 등장하시는 6살 "첫째 이모님"에게서 나온다.


오늘도 오신 그 이모님은 환하게 웃으시면서

둘째가 일어나자마자 냉큼 달려가서 이렇게 말한다

"아이코오~ 우리 건강이 일어나셔쎄여?? 잘 자써여???"

이모님 좋은 일 있으신가 봐요

이모님의 활약은 다음에 더 자세히 적어봐야겠다.



시간이 지나 아이 둘이 싸우기 시작하면

육아는 몇 배가 되려나

벌써부터 걱정이 되면서 기대도 되는군 후후

기대가 되는 걸 보니 나도 참 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