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이모님
내가 그랬던 것 같다.
12살의 나에겐 10살 어린 남동생이 얼마나 아기였을까(물론 아기지만)
다 컸다고 생각하는 초등학교 5학년 짜리에게
아기돌보기는 내가 거뜬히 해 낼 수 있는 일처럼 여겨졌을 것이고
내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누구도 강압적으로 시킨 적은 없지만 그랬다.
하지만 우리 집 첫째 로미는 6살인데..? 고작 4살 차이인데..?
너 스스로 샤워하는 것도 어설픈데
자꾸 누굴 씻긴다는 거야
로미는 다른 사람들에게 동생을 소개할 때 "내 아기"라고 한다.
일단 아는 사람이면 어떻게든 동생을 소개하고 싶어 안달이다.
그러면 아기를 귀여워해주는 분들을 보며 흐뭇해하는 것이다. (저기, 제가 낳았는데요.. )
거기에 꼭 한마디 하는 나
"네, 우리 로미 닮아서 둘째가 참 귀여워요"
이건 첫째 눈치를 보는 엄마의 모먼트.
그런데 이 멘트는 언제쯤 그만해야 할까
우리 둘째 말귀 알아들을 때쯤인가
그건 지금도 알아들을 수 있지 않나
역시 육아는 혼자 하는 눈치싸움.
어렵다 어려워
이 6살 이모님은 분유제조기의 버튼도 본인이 눌러야 하고
기저귀도 본인이 가져와야 한다.
심지어 둘째가 응가를 했을 때, 사진은 무조건 본인이 찍어야 한다.
(아기의 응가상태를 나중에도 보기 위해 종종 사진을 찍어둔다)
윗 옷을 갈아입던 중 불쑥 나온 언니의 얼굴이 재미있었는지 까르르 웃는 동생을 향해
옷을 몇 번이나 입고 벗었는지 힘들다며 드러누운 아이의 머리에는 땀범벅이다.
이렇게 육아에 열을 올리는 딸 덕분에
가끔은 놀고 있는 아이에게
나 편하자고 하나씩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기저귀 좀 가져다 줄래?
아기 로션 좀 가져다줘~
"엄마, 나 지금 이거하고 있어서요~"
어느 날 귀찮아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또 아차 했다.
내가 조금만 더 움직이면 할 수 있는 것들조차
아이의 손을 빌리려 했다.
둘째는 동생일 뿐 첫째의 아기가 아닌데
아이가 육아에 주는 도움을 너무 당연하게 받으려 했다.
첫째가 커서 둘째 육아가 편하겠다고 하던 어른들의 말에
그게 K장녀로 키우는 지름길이라고
매일을 곱씹던 내가
(나는 KKK장녀다)
나도 모르게 첫째의 역할을 강요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 심한 비약이려나.
육아를 아이에게 맡기지 않아야 한다.
고작 6살인 아이에게
동생을 돌보며 상황을 책임지는 것은 당연히 가능한 일이 아니고
육아로 지친 나의 체력도 아이에게 '당연히' 배려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난 그저
동생이랑 놀아주는 것이
육아가 아닌 놀이가 되었으면 좋겠다.
서로가 웃으며 즐기는 그런 놀이 말이다.
언제나 일어나면 엄마를 먼저 찾는 우리 첫째가
두 번째로 챙겨 찾아야 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리고 동생을 보면
반달눈을 만들고 입은 함박웃음으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아이코오~ 우리 건강이 잘 자써여????"
음..
다음엔 아이들에게 조금 더 우아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