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 너의 하원
타박타박타박
아이의 어린이집 계단을 올라가면서 벌써부터 이유 모를 약간의 피로가 느껴지지만,
데이트 장소로 향하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아이 반에 알림을 보내고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신발장을 스캔한다.
이크, 오늘도 뒤에서 세 번째네.
추가보육하는 친구들이 많이 없나, 20분 안에 다들 빨리도 데려가셨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아이를 기다린다.
아이가 나오는 모습은 내가 언제 가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평소에는 엄마 왜 이제 왔어라는 표정으로 새초롬하고
가끔 늦다가 한번 빨리 가면 아이는 경쟁에서 이기듯 좋아하는 모습을 보인다.
제일 좋아할 때는 아빠가 뿅 하고 나타나거나 씽씽이(킥보드)를 가지고 갔을 때다
아이가 신발을 신는 동안 유리창 밖에서
낮잠 자고 헝클어졌을 머리가 말끔히, 아니 현란하게 정리되어 있는 선생님의 머리묶기 솜씨를 감상하고 있으면 아이가 문을 열고 나온다.
무릎을 꿇어 아이를 폭 안아준다.
보고 싶었다고 말해주며 얼굴을 쓰다듬어준다.
원장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로미엄마의 애틋한 인사를 나누고 나면,
담임선생님이 오늘 아이가 했던 행동이나 인상 깊은 멘트, 사건을 이야기해 주신다.
“어머니, 오늘 로미한테 ‘우리 로미 참 예쁘네’라고 했더니 로미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글쎄요~ 뭐라고 했어요?? “
“‘선생님, 우리 엄마도 이뻐요!!’라고 했어요”
“어머나 정말이요~?? 로미 고마워 ”
“아무래도 어머니가 아이에게 말을 예쁘게 잘해주셔서 그런 거 같아요”
라는 한마디에 울컥.
얼마나 왔는지도 모르고, 지금까지 어떻게 해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심지어 내 단점만 보이는 육아 레이스에서 이런 작지만 소중한 칭찬이라니.
복 받으실 거예요 선생님
선생님께 같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작은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계단을 내려온다.
아이는 종알종알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이후의 계획을 집요하게 묻는다.
놀이터에서 노는 것이 아이의 목표이긴 하지만 요즘 같은 날씨엔 기온과 미세먼지의 눈치게임을 해야 한다.
기분이다.
오늘은 아이가 좋아하는 딸기를 사러 가면서 산책도 하고,
마트 구경도 하면서 지렁이 젤리도 사줘야겠다.
돌아오는 길엔 골목길 과속방지턱에서 너는 노란색만 밟고 나는 하얀색만 밟으면서 콩콩 뛰어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