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럴수있지 Dec 05. 2023

이렇게 영향력이 큰 결정이라니

아이의 유치원을 결정했다.

딸아이의 유치원을 결정했다.

10월 한 달 동안 6개의 유치원 설명회를 다녀왔다.

(추가로 인테리어 견적 5개까지, 난 이 동네 견적왕이었다.)


나에게 아이의 유치원을 결정하는 일은 꽤 중요하다. 

유치원은 아이가 평생 중 스트레스에서는 조금 떨어져 

재미위주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교육기관에서도 그저 마음 편하게 보낼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다. 

아이가 수학을 10점 맞아왔을 때, 웃으며 아이에게 걱정 말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다.! 

또한, 이 시기에 아이의 뇌는 본격적으로 종합적으로 사고 기능이 발달하고, 

정서적 안정의 기초를 다지는 시기라고 하니 이 시기의 교육과 환경이 얼마나 중요하냔 말이다.

그러니 아이가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 유치원을 고르는 것이 

4분기 나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버렸다. 

 



유치원도 유아교육이 발달하고 부모들의 니즈가 다양함에 따라 참 다양하다. 

자연친화로 숲활동이 많은 유치원, 

교구를 보관하는 방이 3개나 될 정도로 다양한 교구에 진심인 유치원,

흡사 대학교의 팀플과도 비슷한 프로젝트 수업으로 아이의 종합적인 사고를 키워주는 유치원,

영어 교육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영어 유치원까지. 

(영어 유치원은 영어 학원 유치부지만, 지금 내 고민의 카테고리 안에서는 영어유치원이다)

이렇게 종류가 다양하니 다 가서 이야기도 듣고, 비교분석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6개의 유치원 설명회를 다닌 거다.

세상 효율적이진 못하지만 내 마음이 편한 방법이다.


설명회를 가면 유치원에서 일단 교육철학, 시설 등의 간략한 소개를 하고

엄마들이 궁금한 부분들에 대해 문답이 이루어진다. 

사실 요즘엔 교육철학이 훌륭하지 않은 유치원이 없지.

이 유치원만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선생님들의 언행과 아이들의 표정이다. 

선생님들의 언행을 내가 뭐라고 평가하겠다는 건 아니고, 

사람이 많은 말을 하게 되면 무의식이 묻어난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교육철학과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말씀을 하시면 미련 없이 제외한다. 

예를 들면, 아이에게 교육비에 대해 간접으로 언급하셨다는 농담을 들었을 때는 그 자리에서 나오고 싶었다.

아이들의 표정과 선생님의 표정을 보려고 참 많이 노력했다. 

그 순간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아이와 선생님이 웃고 있는 유치원은 어쩔 수 없이 마음이 많이 가는 것이다. 



한 달 반 정도의 시간 동안 참 많은 고민을 했다.

내 지인에 남편의 지인까지 모두 총동원하여 미혼, 기혼, 선생님, 딩크족 할 거 없이 최대한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들었다. 심지어 처음 보는 엄마들의 모임까지 원정 다녀왔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어떤 한 부분이라도 생각을 수집하기 위해서.


아이는 영어가 중점이 되는 유치원으로 보내기로 했다. 

어릴 때 재미있게 배운 영어에 대한 인식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조금이라도 영어에 대한 두려움, 거부감을 없앨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아이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조금은 더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

대입을 위해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금으로는)

아이가 커서 마주할 세상에서 영어에 주눅 들지 않고 영어로 농담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의 무대가 당연히 한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대신 너무 학습식으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곳으로, 아이들의 표정이 밝은 곳으로 결정했다.


아이의 유치원을 결정했지만 난 여전히 바쁘다.

아이가 적응하지 못했을 경우의 플랜 B도 생각해두어야 하고,

누리과정에 대한 부분도 공부해야 하며,

엄마표 한글공부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 하고 

조금은 더 많았으면 좋았을 예체능에 대해서는 집에서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까 고민도 해야 한다. 

독서에 대한 플랜도 짜야한다. 

어쩔 수 없이 이제 인정해야겠다. 

나는 극성엄마인가 보다. 

인정해서 그런가 속이 시원하네.



아직도 유치원 결정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한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다신 오질 않을 시간에 대한 결정이니 

이렇게 영향력이 큰 결정이라니.


유치원은 그나마 3년이지, 초등학교는 6년인데 

초등학교 고민할 때는 영양제라도 먹으면서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따님, 어떻게 해드릴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