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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럴수있지 Dec 01. 2023

따님, 어떻게 해드릴까요?

안녕하세요, 고민고민 열매를 먹는 엄마입니다.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친구 같은 엄마?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화려한 엄마? 

아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니다 

질문을 다시 해보자 

나는 아이에게 어떤 것을 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은가? 

이 질문이 맞다. 


아이를 낳은 이후로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주제다. 

누군가 내 뇌구조를 그림으로 나타낸다면 분명 반 이상은 이걸 생각하고 있을 거다. 

이 험난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반 이상이나 차지한다니, 

어쩌면 집착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뱃속의 아이와 공생의 관계에 있을 때는 

(그러니까 아이가 나의 모든 것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받아들이고 있을 때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행복한 감정을 많이 느껴주는 엄마였고,

아이를 조리원에서 데리고 나와 집에 처음 온 순간부터 약 10개월까지는 

탈수, 충격, 압사 등 백가지도 넘는 이유에서 생존시켜야 하는 엄마였고, 

그 이후로는 다른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조금은 더 빨라주면 고맙고) 걸어주고 말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고 도와주는 엄마였다. 

적어도 나에게 여기까지는 각 단계별로 너무 분명했다. 

이게 맞을까? 조금의 의심도 없었다. 고민할 거리도 없었다. 가끔 삐걱거릴 때는 있었어도.


처음으로 머리를 뽑아가며 고민했던 건 아이의 어린이집을 변경할 기회가 생겼을 때다. 

단지 내에 가고 싶었던 국공립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두고 

우선은 친구들을 만나게 해 주자는 생각으로 다른 어린이집에 보냈다. 

약간은 사소한 불만들로 근질근질하던 차에 대기를 걸어두었던 곳에서 운 좋게 기회가 왔다는 연락이 왔다.

제일 친한 친구가 있고 소수인원으로 상대적으로 더 케어를 받을 수 있는 가정어린이집에서 조금은 더 정서적인 안정을 줄 수 있도록 잔류할 것인가, 시설이 조금은 더 쾌적하고 각종 지자체 평가를 수시로 받는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옮길 것인가의 (그 당시 내 생각으로는)

첨예한 대립이 있었다.

아마 아이가 "엄마 나는 원래 다니던 곳을 만족하고 있고,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요"라고 말을 했다면 고민이 없었을 거다.

이게 문제다. 

아이는 본인의 생각을 논리 정연하게 설명할 수 없고 알 수도 없을 때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는 변화된 환경에서 아이의 정서적 불안감, 새로운 선생님과의 적응 등등 백오십여섯가지 정도를 고려해서 최선의 선택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난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엄마를 하기로 했다. 

정서적인 부분은 내가 더 채워주고 친한 친구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주선하고자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이제 내가 고민할 부분은 단순히 어린이집을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다. 

아이가 어떤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지의 방향을 정하는 일이다. 

아이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말하는 시기가 오기 전까지는 내가 생각해야 할 부분이다. 

늦었을지도 모른다. 

영어영재나 공부레이스에 열을 올리는 엄마들은 부지런히 저만치 가고 있다. 


전업주부를 선택하고 육아에 대한 책을 꾸준히 읽어왔다. 

기초적인 배경지식을 일단은 머릿속에 넣어야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언갈 생각해 내는 것을 잘 못한다. 

처음에는 '몬테소리'에 빠졌다.

유아기 때의 작은 성취감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그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이건 내 결핍에서 알게 된 자존감의 중요성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하브루타'다.

깊이 생각할 수 있고, 세상에 질문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에 큰 매력을 느끼는 요즘이다. 

책을 몇 권 읽었는데, 읽을수록  하브루타 지도자 자격증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몬테소리 때도 그랬다


나름의 공부들로 지금까지 내린 큰 방향의 줄기는 

20살이면 결정되는 대학입시까지가 아이의 교육의 종착지라고 생각하지 말자. 

사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다면, 대학교는 안 들어가도 아무 상관없다. 이건 진짜다. 

대학을 들어가건 아니건, 20살 이후의 인생을 잘 살아낼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좋은 행동습관, 생각습관을 만들어주는 부모가 되자.

독서가 휴식이 될 수 있고, 

어릴 때부터 영어에는 익숙해서 세계로 나가고 싶은 아이의 발걸음이 주춤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나의 생각이 입시 최전방인 학원에서 수학강사를 하고 있는 내 동생은 나에게 유토피아적인 생각이라고 했고,

남편은 허공을 때리는 이야기 같다고 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들과 내가 있어 우리 아이는 복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정서적인 면에서는,

한 때 아이가 빨간 머리앤처럼 (다른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낭만을 아는 소녀였다가 어른이 되길 바랐다. 

또한 '길모어걸스'의 로렐라이처럼 유머와 자립을 보여줄 수 있는 엄마를 제일 친한 친구로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백번도 더 변할 수 있겠지만, 이제 세부적인 기준을 정해야겠다. 

내년의 유치원을 고르는 기준으로 정리가 되어야 한다.

이번주 유치원을 결정한다. 이제 더 이상 생각할 시간이 없다. 

자 우리 딸, 언제쯤 엄마한테 속시원히 요구해 줄래?

어떻게 해줄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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