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거리.
엄마.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지난 주말, 우리 집 분위기는 과장해서 말하자면 살벌했다.
눈뜨자마자 쉬지 않고 놀아달라 보채는 아이와(요즘 들어 말이 정말 정말 정말 많아짐) 주말이라 평소보다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아빠와 엄마.
말을 잘하고 활발해서 기특하고 세상 예쁘다가도, 체력이 떨어지는 날에는 아이의 재잘거림이 귀찮고 성가시다.
전날, 신랑과 나는 잠을 잘 자지 못해서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물론 니모도.
피곤해도 집에 있는 게 더 힘들지 않냐며 우리는 크리스마스 준비도 할 겸 이케아로 소품을 사러 갔다.
운전을 하며 가는데 '이건 뭐야? 저건 뭐야? 왜? 왜? 왜?' 끊임없이 뒤에서 질문을 해대는 니모.
이케아에 도착해서도 물건을 고르는데 정신없이 엄마 아빠 손을 이리 끌어당기고 저리 끌어당기는 바람에 우리가 대체 지금 에버랜드에 온 건지, 물건을 사러 온 건지 혼란스러울 정도였다.
계산을 할 때 즈음, 신랑과 나는 이미 지칠 때로 지쳐 점점 말이 없어져갔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집에 돌아와서도 내내 무표정인 나를 빤히 바라보며 니모가 입을 연다.
' 엄마, 기분이 안 좋아? 기분이 안 좋아 보여.'
하, 괜스레 미안한 마음에 애써 어색한 미소를 날리니, 니모는 귀신같이 눈치챈 듯 말한다.
'엄마. 표정이 웃겨.'
동네 친구들이 밖에서 노는 것을 본 니모는 자기도 나가서 놀겠다며 자전거를 끌고 문밖을 나섰다.
그 틈을 타 신랑에게 이럴 때 얼른 운동이라도 하고 오라고 자유시간을 갖으라고 등을 떠밀었다.
순간 기적처럼 피곤함이 물러가고 작은 평온함이 솟아난다.
" 여보, 가족은 서로가 좀 떨어져 있어야 더 애틋하고 그립고 그런 것 같아.
자기도 하루 종일 회사에서 일하다가 가끔씩 봐야지 니모가 엄청 예쁘고 사랑스럽지. 주말 내내 함께 있는 게 때론 너무 힘들잖아. 그지? 그러니 가족은 이렇게 거리가 좀 필요해."
신랑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지만,
오늘 아침 회사에서 일할 수 있어 행복하다 말하는 그대. 내 생각만 그런 게 아니었구려.
_2018.12 비 오는 날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