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큰 마음앞에서 나는 종종 아주 작은 어른이 된다.
니모의 아토피는 밤마다 정체를 드러낸다.
잠들만하면 깨서 긁고, 또 그러다 잠들다 깨다 잠들기를 반복한다.
그 반복 주기가 잦은 날이 있다. 어제가 딱 그러했다.
천사 같은 아이가 독기에 찬 눈빛으로 '씩씩' 거리며 제 살을 파내는 모습을 보고 있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고문이 따로 없다. 벅벅 긁어대는 소리는 심장을 파고든다.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어 울고 있는 아이를 향해 한숨을 푹 쉬고는 그렇게 긁을 거면 밖에 나가서 긁으라고 소리 질렀다. 방문까지 열어주면서 말이다.
니모는 엄마 화내지 마라며 더욱 거세게 울어댔고, 니모의 울음소리가 커질수록 나는 마녀로 변했다.
그만 좀 하라고, 엄마도 잠 좀 자자고. 에이 모르겠다며 자포자기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니모에게 등을 돌렸다. 내 안의 끔찍함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밤이 싫어졌다.
전날 신랑이 그랬다. 잠이라도 잘 자야지 않겠냐며 자신이 니모와 잘 테니 오늘은 다른 방에서 자라고.
나는 단호했다. 니모는 밤에 엄마가 옆에 있어야 잘 잔다고. 괜찮다고.
안아달라고 소리 지르는 니모를 뒤로 한채 이불 속에서 후회와 자책이 섞인 한숨만 내뱉었다.
혼자 잔다 할 것을. 신랑이 배려해줄 때 다른 방에 가서 잠이라도 잘 잤으면 아이에게 이렇게까지 화내며 소리 지르고 끔찍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됐을 텐데. 이놈의 어정쩡한 모성 때문에 서로를 힘들게 하는구나.
커튼 사이로 희미한 빛이 스며든다.
밤새 전쟁을 치러 만신창이가 된 나는 피로함보다 더 커다란 자책감에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니모는 늘 그렇듯,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방긋 웃으며 내 얼굴에 뺨을 비비며 뽀뽀한다.
무거운 표정으로 니모에게 엄마가 할 말이 있다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밤에 많이 간지러워 힘들었지. 근데 엄마가 화내고 소리 질러서 미안해. 엄마가 있잖아... ..."
"에이, 엄마! 괜찮아. 미안해 할 거 없어.엄마도 많이 괴로웠지? 이제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
괜찮다고 별거 아니라고 웃으며 말하는 네 살 아이의 큰 마음앞에서 아주 작은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아 콧등이 시큰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