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ris8679

아버님,아버님.

by 꿈샘

"약 같은 거는 안 발라주냐?"

매번 니모의 피부를 보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입을 여시는 아버님의 질문에는 '약이라도 발라줘야 하는 거 아니니' 라는 걱정스러움으로 그 말을 되풀이 하시는거. 저 또한 잘 알고 있답니다.
니모의 피부를 바라보며 애써 속으로 눈물을 삼키신 것도.저는 여러 번 느낄 수 있었어요.

아버님, 많이 속상하시죠?

저도 그랬답니다. 3월부터 갑자기 찾아온 아토피로 단 하루도 맘 놓고 푹 자본 적이 없었어요.
대학병원에서조차 원인을 찾지 못했고, ‘크면서 낫는다.’라는 의사들의 기계적인 말들과, 아이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싶은 양의 약만 처방받고는 무거운 마음으로 병원을 기웃거렸어요. 처음에는 약에 의지해서 잠시나마 약에 책임을 돌렸지만, 약이 해결해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고는 니모의 먹거리와 환경에 책임을 갖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대체 이유가 뭘까? 뭐 때문일까?’ 매일같이 제 자신에게 질문하고 고민하고, 밤새 간지러워 우는 니모의 몸을 붙들고 함께 울었어요.
이미 충분히 괴로운 마음인데, 밖에 나가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사람들은 니모 얼굴을 가리키며 ‘아기, 피부가 왜 그래요?’ ‘ 이게 좋다던데, 어디가 잘 고친다던데.’ 혹은 ‘ 이거 다 엄마 탓이지 뭐.’라는 영혼 없는 말을 던지기도 했어요. 얼마 전 김장하러 갔을 때는 큰어머니가 저를 쳐다보시며 ‘대체 어떻게 했길래 아토피까지 걸리게 하냐.’라고 하셨는데 어찌나 가슴이 따끔거리던지요. 다행히 그런 얘기를 주위에서 숱하게 들은 덕인지 마음의 통증이 오래가진 않았어요. 그냥 큰어머니도 얼마나 속상하셨으면 그런 말을 하실까. 하는 여유도 생기더라고요. 저도 많이 단단해졌죠?

아버님. 결국은 다 지나갈 거라, 결국은 다 좋아질 거라 믿어요.
보세요. 지난번 봤을 때는 얼굴이며, 배며 진물과 상처로 뒤덮여서 볼에 뽀뽀도 할 수 없었잖아요. 그죠? 니모피부는 아주 천천히, 조금씩 회복되고 있으니 너무 염려 마세요.
설사 아토피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니모는 지금처럼 먹는 것을 스스로 적당히 절제하며 밝고 씩씩하게 살아갈 거예요. 아시잖아요. 얼마나 밝고 흥이 많은 아이인가요.

니모가 종종 저에게 그런 말을 던져요.
'엄마, 왜 이렇게 간지러운 거야? 왜 친구는 젤리 먹으면 안 간지럽고 나만 간지러워?'
'그건 니모 몸에서 나쁜 세균들이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간지러운 거야. 그리고 네 몸은 아주 특별하고 소중해서 그래. '라고 진심을 담아 답을 해주기까지 저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아버님도 혹시나 다음번에 생각이 나시거든, 니모에게 그렇게 얘기해주시겠어요?
니모야, 니모 피부는 소중하고 특별해서 그런 거다. 다 나을거다.걱정마라구요.

그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아버님 손 꼭 잡고 너무 염려 마시라고, 니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씩씩하고 강하다구요.
이 말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아버님 얼굴 보면 저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사랑합니다.

며느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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