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에 마주하고 선 등대같이

어버이가 있음에...

by 키작은 울타리

양팔을 벌리고 바닷물을 가두어 포구를 품은 양손 끝에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가 마주하고 서 있다.


파도의 인생에 포기란 없다.

끊임없이 덤벼 넘보는 방파제 너머에는

열 지어 정박한 고깃배가 잔물결 요람을 탄다.


아주 오래전 대숲이 울어대는 으스스한 밤에 잠에서 깼다.

달빛 비치는 창호지 뒤로 대나무 잎의 검은 그림자가

날 선 칼처럼 섬뜩하게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두운 방안을 훑어 방문 앞 언저리에 잠든 엄마 아버지를 보고 나서야

나는 포구의 고깃배처럼 다시 잠이 들었다.


등대는 바다에서 가장 멀리 배웅을 하고 가장 먼저 마중을 나간다.


해가 금빛 옷을 벗어 바닷물에 붉은 몸을 풀어헤친다.

먼 길 떠난 고깃배가 긴 항해를 마치고 돌아온다.

도시로 일하러 떠난 어린 자식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저녁,

손전등을 들고 대문 밖을 지키고 선 엄마 아버지처럼

포구에는 마주하고 선 두 개의 등대가 밝히는 불빛 사이로

길 떠난 고깃배가 긴 항해를 마치고 귀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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