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공사 중입니다

벌레와 나뭇잎

by 키작은 울타리

잔뼈 하나 건드리지 않고

또 살점 하나 남김없이

벌레는 나뭇잎을 야무지게 발라 먹었습니다.

한 마리의 소행이 아닌가 봅니다.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녀석들이 합동으로 먹어치운

태어나 첫 달콤한 식사였을까요.

녀석들의 먹성으로 나뭇잎은 망사가 되었습니다.

망사 옷을 파란 하늘에 입혔습니다.

숭숭 뚫린 구멍으로 구름의 뽀얀 속살이 보입니다.
뽀송뽀송한 흰 구름 뒤로 어스름한 저녁,

담장 뒤에 숨어 목욕하는 누나를 훔쳐보는

사춘기 동네 녀석들이 있습니다.


나뭇가지마다 온통 먹다 남긴 나뭇잎 투성입니다.

귀를 쫑긋 세웁니다.

숲 속 여기저기에서 공사가 한창입니다.

벌레가 나뭇잎을 야금야금 베어내 길을 내고 있습니다.

무진장 햇살이 쏟아지는 날입니다.

햇살이 맨 윗 층 나뭇잎에서부터 새로 난 길을 밟으며 내려가

이제 막 땅을 뚫고 나온 나무에게로 갑니다.


햇살에게 어린 나무에게로 가는 길을 터주느라

벌레는 그 많은 나뭇잎들을 먹어치웠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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