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것들
언제 적 내린 비에 젖었을까.
살갗이 벗겨져 속살이 타들어가는 우편함에서
편지는 허리가 굽은 채로 몸이 굳어간다.
나에게 설렘과 기다림을 가르쳐 준 것은
장날 장에 나간 엄마의 장바구니와
제삿날 친척 어른의 손에 들린 과자 종합선물세트.
그리고 대문 밖에 걸린 낡은 우편함이었다.
한 때 나는 우편함에 집요하게 집착했다.
내 손은 몇 날 며칠 빈 우편함 속을 들락날락하며
헛손질을 해대곤 했다.
이제 우체부의 자전거 바퀴는 돌지 않는다.
전파를 타고 빛처럼 달려 휴대폰 속 편지함으로 배달을 한다.
사람들이 등 돌리고 떠난 우편함은
불청객이 거쳐 가는 임시 휴지통이 되었다.
사람의 온기는 바닥나고 허기진 그리움만 남았다.
어디선가는 밤사이 떠난 주인 없는 대문에 혼자 남아
연체 고지서로 헛배를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