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더기의 풀에 나는 설렌다.

세 잎 클로버의 속임수

by 키작은 울타리

길에서 만나는 한 무더기의 풀에 나는 설렌다.


무리 속 특별해지고 싶은 세 잎 클로버는

똑 닮은 이웃을 찜해 슬쩍 팔짱을 끼고

모자란 키는 꼿발을 디뎌 한 몸인 척 한다.


세 살 버릇 여든 까지 간다고

합체된 넙데데한 얼굴로 시치미 뚝 떼고 서서

허구한 날 눈속임으로 나를 속여먹어도

나는 등 돌리지 않는다.


첫 만남의 설렘은 지독하게 질기다.

내 마음 어디에도 설렘의 유통기한 표기는 없다.


누렇게 바랜 책을 꺼내 사르륵 책장을 넘긴다.

책장과 책장 사이에서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려퍼진다.

운동장의 아이들이 순식간에 흩어져 몸을 숨겼다.

언덕을 달리다가 폴짝 뛰어 고랑에 얼굴을 박으니

네 잎 클로버가 벌떡 일어나 해맑게 웃고 있었다.

몇몇 세 잎 클로버가 꼼수를 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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