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잣나무 숲을 일구는 농부

다람쥐의 겨울채비

by 키작은 울타리

가을이 익어가는 잣나무 숲은 다람쥐의 손아귀에 든다.

먹이 확보 경쟁에 스피드가 년 중 최고조에 달한다.


다람쥐의 잣 까는 기술은 이 분야에서 초고수다.

제 몸 만 한 잣송이를 물고 와 일사불란하게 씨를 발라내고

양 볼을 두둑이 채워 쏜살같이 내달린다.


더러는 경쟁자와의 투쟁 끝에 필사적으로 먹이를 쟁취하고도

숨기는 일에는 건성건성이다.

파헤친 흙 속에 알밤의 눈만 가리고 등짝은 훤하니

다람쥐의 겨울 채비는 실속 없이 몸만 바쁘다.


수확의 노동 후 다람쥐의 식사 시간이다.

전망 좋은 바위 위에 앉아 우아하게 밥을 먹는 것이

높은 산 누각에 앉아 술잔을 비우는 정승 같다.


숨겨 논 식량을 모조리 찾아먹지 못한다고 흉보지 마라.

다람쥐는 다음 세대를 위하여 가을 잣나무 숲에

밭을 갈고 씨를 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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