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타지 않은 것은 향기가 없다.

서리꽃 피는 아침

by 키작은 울타리

여름날의 북적북적했던 나뭇가지에도 하늘길이

열렸다.

홀쭉해진 나무의 잔가지 바짓가랑이가 찬바람 세상이다.


툭!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나뭇가지는 나뭇잎과의 이 생의 인연을 끊어낸다.

꼭 붙들고 버티는 몇 안 남은 핼쑥한 나뭇잎이 파르르 몸을 떤다.

성한 나뭇잎 하나 없다.


한낮의 공중을 떠돌던 공기가 나뭇잎에 걸터앉았다.

물 먹어 무거워진 몸으로 밤을 쉬어가기에는

거칠고 굽은 등이 아늑한 모양이다.


밤사이 떨켜가 나뭇잎을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이별이 성큼 다가온 잔가지에 눈부시게 빛나는 새하얀 꽃이 피었다.


손 타지 않은 온전한 몸에서 삶의 향기가 날까.

검버섯이 무성히 돋은 탄력 없는 얼굴,

벌레에게 먹혀 구멍 난 몸의 날 선 이빨 자국에서

진한 향기가 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검은 산과 수직갱 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