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탄광은 역사다.
육중한 덩치의 녹슨 수직갱 탑이
거대한 검은 돌가루 산을 바라보고 서 있다.
애초에 그곳에 산은 없었다.
깊은 땅 속 어두운 막장에서 캐낸 광부들의 거친 숨은
그렇게 산이 되었다.
사람들을 실은 인차가 레일 위를 달려온다.
수직갱 탑 두 다리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어깨가 들썩인다.
그러나 어디에도 광부는 없다.
잡초 밭에 고꾸라진 인차의 앙상한 뼈대를
바람이 핥고 지나간 것이었다.
수직갱 탑은 환청을 앓고 있는 것이다.
제 손으로 막장으로 내려 보낸 얼굴들이
다시 지상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수직갱 탑은 발 뻗고 잠이 들었다.
기적을 바라는 날도 있었다.
모두를 어두운 지하에서 데리고 나오지 못하는 날,
수직갱 탑의 통곡은 지축을 뒤흔들었다.
폐탄광 검은 광부의 산에도 가을이 왔다.
얼굴에 난 주름같은 계곡에는 빗물이 흘러내린다.
이곳에서는 짝 잃은 낡은 장화도 건들지 마라.
풀 한 포기까지도 털끝 하나 건들지 마라.
수직갱 탑은 폐탄광에 버티고 서서 한 발작도 뗄 생각이 없다.
숲이 우거져 저 검은 돌가루 산이 세월에 묻히면
멀리에서 날아 들어온 새들에게
걸어 들어오는 발 달린 길짐승에게
깊은 지하 갱도에서 온기를 캐내며 뜨겁게 살다 간
검은 산의 슬픈 역사를 이야기 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북 탄광문화관광촌(정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