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그린 그림
오래전 바닷물이 떠나온 곳은 따뜻한 지구 어디쯤이었을까.
새벽같이 길을 떠나고 모래위에 남겨진 것은
갈퀴 발가락으로 서 있는 맹그로브 나무입니다.
기억이 녹슬어가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일까.
바닷물은 모래위에 그리움을 그리고 지우고
또 지우고 그리다 날마다 그곳으로 갑니다.
세상을 떠도는 바닷물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지
하루 두 번 꼬박꼬박 기억을 더듬어 길을 가지만
오늘도 귀가하는 발걸음은 처벅처벅 풀 죽어 돌아옵니다.
지구력 강한 바람에게 바닷물을 데려다 달라고 부탁할까요.
아니면 북서쪽으로 난 바람의 길을 막을까요.
이제 곧 바닷물이 다시 길을 떠나면
모래위에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만들어 비닐을 쳐야겠어요.
그리고 찬바람 막고 따뜻한 햇볕을 모아 맹그로브 나무를 심어놓고
바닷물을 기다려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