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도 찌가 있다.

귀 기울임, 그 대단함

by 키작은 울타리

수면에 세워놓은 손가락만 한 붉은 찌가 슬그머니 잠겼다 올라온다.

낚시꾼은 모든 신경세포를 손과 눈에 집결하고

찌의 몸짓에서 물속 물고기의 일거수일투족을 읽는다.

얼굴 없는 신경전이 낚싯줄을 탄다.

마침내 수면 위로 대물을 낚아 올린다.

삶에도 찌가 있다.

찌는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에서 늘 미세한 신호를 보낸다.

산짐승의 길을 끊어내고 바닷물을 말려 우리는 문명을 일궜다.

재앙은 녹슬어가는 문명에 우리가 무관심하기를 바라며

방심한 틈을 타 검은손을 뻗어온다.


삶에 있어 찌는,

사소한 것을 대하는 우리의 진실한 마음이다.


우리는 바람의 말에,

바다의 울음소리에,

대지의 꿈틀거림에 귀 기울이는 낚시꾼이 되어야 한다.

재앙의 검은 그림자를 낚아 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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