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물이 걸음을 뗄 때마다 검은 물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물속에 누워 잠긴 사다리 같았다.
바닷물의 발뒤꿈치를 쫒으며 물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사다리 마디의 개수가 점점 늘었다.
머지않아 곧 정체를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바닷물의 보폭의 크기가 좀처럼 늘지 않았다.
처음 속도대로라면 이미 물속 정체를 가늠할 수 있어야 했다.
금세라도 얼굴을 드러낼 듯했지만 다시 가라앉고 있었다.
그것의 정체는 최고의 해산물을 키워냈던 거대한 양식장이었다.
한 때 사람들의 영광을 한 몸에 받았지만
앙상한 뼈대만 남아 바다에 혼자 남겨졌다.
바다가 날마다 삼켰다가 뱉어내는 폐양식장은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 기약 없는 몸을 쓸쓸히 삭히고 있다.
떠나는 바닷물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개펄 위로 드러나는 초라한 맨몸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