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야생생물 저어새
물 댄 논두렁에 말뚝 박고 눈 빠지게 기다리다
허탕치고 돌아가는 날이 허다하다는데
지나는 길에 한 쌍을 보게 되었으니 운이 좋은 날이다.
벼슬 깃 휘날리는 전사 같은 자태를 보겠다고
긴 부리로 물속을 좌우로 저어 사냥 중인 저어새 뒤꽁무니를 쫓아
논두렁을 한 바퀴나 돌았다.
논바닥을 싹쓸이 훑었으니 배부를 만도 한데
괜한 헛짓만 해댄 것인지 수저를 놓으려 들지 않는다.
물이 차오르는 어느 갯벌에서 허기져 날아온 모양인데
이곳도 먹이사냥이 여의치 않은가 보다.
먼 길 떠나 월동하고 다시 돌아오는 날에는
새집도 마련하고 배불리 먹일 음식도 장만해 두어야겠다.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는 귀한 손님으로 오지 말고
새 식구 거느리고 겨울 뒤에 오는 봄처럼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