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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장독대가 입을 닫았다

어머니의 무장아찌가 그립다

by 키작은 울타리

살가운 햇살이 장독대에 내려앉은 날이었다.

그녀는 시커멓게 물든 무 하나를 꺼내고는

항아리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토닥였다.

처음 먹어보는 그저 특별할 게 없는 짜디짠 무장아찌였다.


몇 해 지나 그녀가 앓아 몸져누웠다.

그날 이후 장독대도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그녀가 떠나던 날,

찬서리가 항아리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주인 잃은 장독대에는 잡초가 발을 들여놓았고

항아리 속 남겨진 무들은 온몸의 근육이 빠져나갔다.

그녀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안 것이다.

항아리는 얼굴을 땅에 묻고 입을 닫아버렸다.


십 수년이 흘렀어도 장터에 가면 나는 설렌다.

어느 집 장독대에서 나온 그녀의 무장아찌를 만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 그녀처럼

그녀의 무장아찌도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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