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계곡물이 길을 가다 너럭바위의 돌개구멍에 걸려 다시 돌아선다.
물살이 구멍 속 모래알을 품고 휘돌다 혼자 빠져나간다.
구멍이 생긴 건 아주 오래전 모래알이 바위에 머물게 된 때부터였다.
아버지는 소싯적부터 속이 안 좋다고 했다.
밤이 되면 엎드리고 누워 어린 우리에게 등을 밟게 했다.
등 여기저기에서 딱딱한 것이 발에 밟혔다.
넓고 단단한 아버지의 등은 신나는 전용 놀이터였다.
얼마 전 아버지의 몸 안에서 돌개구멍이 발견되었다.
아버지의 몸속 사진을 유영하는 커서가 나를 가리켰다.
어쩌면 나는 저 바위를 파이게 만든 모래알이었을까.
앙상하게 굽은 등에 겹겹이 난 골짜기를 따라 내려갔다.
너럭바위 같았던 내 어린 날의 놀이터에는
세월이 무수히 휘돌아 흘러 남긴 고단한 흔적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