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 2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 첫 발자국을 찍는 새처럼
새벽 댓바람부터 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집을 나섰다.
남보다 일찍 나가서 일한다고 돈이 생기요 밥이 생기요
마을 공동 작업이 있는 날 퍼붓는 엄마의 잔소리는
새벽 수탉의 울음소리에도 밀리지 않았다.
어린 내 세상은 온통 아버지의 발자국이었다.
밤사이 눈 덮여 사라진 골목길은
새벽 아버지의 발 앞에서 다시 생겨났다.
비바람에 쓰러진 벼이삭도 제일 먼저 일어섰다.
동쪽 해는 아버지보다 한 발짝 뒤에서 걸어 나왔다.
늦잠 자는 일요일 아침 아버지는 마당에 서서 소리쳤다.
“그렇게 게으르면 커서 빌어먹는다!”
떠나는 바닷물의 뒤를 쫓아 아버지의 잔소리가 걷는다.
갯벌에 남겨진 야윈 발자국을 따라 나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