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의 거리두기
산봉우리마다 단호하게 버티고 서 있는 송전탑들은
멀리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지만
길게 뻗어 잡은 손만큼은 뜨겁고 강렬하다.
송전탑들은 간격 벌리기와 좁히기의 시행착오 끝에
각자 서 있어야 할 최적의 거리를 찾아냈을 것이다.
너와 나 송전탑처럼 산과 바다를 건너자.
한 발 가까워질수록 급상승하는 바람과 기대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깊어간다.
끊어낼 수 없는 인연으로 연결된 우리들,
돌발 상황에 중심을 잃고 벗어난 거리의 오차는
미련 없이 털어낼 수 있는 접지선을 쥐고 가자.
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비바람을 견딜 수 있다.
어둠 속으로 빛을 실어 산과 바다를 가는 송전탑처럼
밤이 오면 우리 달빛을 베고 함께 잠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