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너와 나 송전탑처럼 가자

가족 간의 거리두기

by 키작은 울타리

산봉우리마다 단호하게 버티고 서 있는 송전탑들은

멀리 떨어져 서로를 바라보고 서 있지만

길게 뻗어 잡은 손만큼은 뜨겁고 강렬하다.

송전탑들은 간격 벌리기와 좁히기의 시행착오 끝에

각자 서 있어야 할 최적의 거리를 찾아냈을 것이다.


너와 나 송전탑처럼 산과 바다를 건너자.


한 발 가까워질수록 급상승하는 바람과 기대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서로에게 상처만 깊어간다.


끊어낼 수 없는 인연으로 연결된 우리들,

돌발 상황에 중심을 잃고 벗어난 거리의 오차는

미련 없이 털어낼 수 있는 접지선을 쥐고 가자.

너와 나 사이의 거리는 비바람을 견딜 수 있다.

어둠 속으로 빛을 실어 산과 바다를 가는 송전탑처럼

밤이 오면 우리 달빛을 베고 함께 잠들자.


사진1).jpg
사진1)-1.jpg
사진1)-2.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온통 아버지의 발자국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