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종자 말리기
뜨겁게 달군 한해살이가 끝났다.
겹겹이 걸친 옷을 벗어 재끼고
이제는 거꾸로 서야 할 시간.
햇살의 스캔에 걸리면 안 돼.
처마 밑에 매달려 바람을 껴안고
철 지나 꿈틀거리는 세포를 바짝 말려
몸이 쭈글쭈글해져야 돼.
마냥 빈둥거리다 겨울을 맞았다간
얼어붙어 해동된 몸으로는
다음번의 봄은 안 올지도 몰라.
치렁치렁한 내 머리카락 질끈 동여맨다.
습한 마음 처마 밑에 걸어두고
가슴속 묵혀둔 감정을 삭여낸다.
화려하고 향기나는 장미꽃보다 들판에 서로 어우러져 핀 들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