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 너머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박힌 날 선 쇠가시
세월에 할퀴어도 경계의 의지는 확고하다.
철저하게 계산하여 설계된 너
너의 등 뒤를 넘보고 발을 담갔다간
손아귀에 걸려 성한 몸으로 빠져나오지 못해.
멀리 너를 두고 섰다.
너의 등을 휘감고 올라탄 메꽃의 귀에서
속살 비치는 돌멩이 등살을 타고 냇물이 흐른다.
설계도에 그려 넣은 수많은 쌍여닫이문은
네가 건네는 따스한 손이었다.
바람이 꽃향기를 배고 돌아와 몸을 턴다.
먼 길 날아온 새의 깃털에 묻혀 딸려온 것은
어느 산골마을 늙은 팽나무의 안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