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수에게
나는 찻잔의 따뜻한 물이 되어줄게요.
그대가 내 안에서 몸을 푸네요.
찬물에 발 담갔다가 파닥거리다 돌아서야 했을 숱한 날들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어,
그대는 맨바닥을 구르다 지쳐 널브러지고 다시 일어나
절망과 조급함을 태우느라 몸을 뜨겁게 달구었군요.
세상에 뿌려질 그대의 향기 추출해 내어
꾹꾹 눌러 압축 진공시켜 놓고 기다려온 인내의 시간이
진하게 우러나네요.
그대의 목소리는 속을 비운 범종 같아
그 울림은 수 십 미터 지하 벙커 속에 웅크린 나를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게 했어요.
그대가 내 안에서 춤을 추네요.
쭈그러져 움츠린 몸에서 팔다리가 모습을 드러내요.
여린 손끝의 미세한 움직임에도 파문은 일어
내 척박한 찻잔에 바람이 불고 꽃이 피어요.
나는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