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의 겨울철새 두루미
수십 일을 날아 먼 길을 떠나올 때는
설렘과 희망을 품었다.
강둑 위에 열 지어 웅크린 낯선 구조물이
위장한 파파라치처럼 훔쳐본다.
충혈된 눈을 비비고 일어나 논으로 간다.
얼어붙은 강물에 외발로 서서 잠든 지난밤 숙면을 하지 못했다.
떨어진 낟알로 첫 끼니를 때우는데
다른 종족의 몫으로 싹쓸이한 하얀 볏짚말이 뭉치가
뒷짐 지고 서서 숟가락질 횟수를 센다.
그래도 배불리 먹는 날이 있으니
아침나절 사람들이 대놓고 소란스러운 날은
빈 논바닥에 까치밥이 눈처럼 내려 수북이 쌓인다.
그런 날은 따로 노는 한 쌍의 녀석들이 등장한다.
서로 마주 보고 우아하고 은밀한 날갯짓을 주고받는다.
오늘부터 1일 그들은 연인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