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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마, 호사의 그늘

경주마의 일생

by 키작은 울타리

결승선이 가까워질수록

채찍질은 더 세게 더 자주 휘둘러졌다.

경주마의 거친 숨소리가

천둥 같은 말발굽 소리를 뚫고 들려왔다.


경주마로써의 삶이 끝나

명성을 얻어 은퇴한 말에게 주어지는 보상,

생명의 연장이었다.


발 앞에 놓인 막대기 앞에서 뒷걸음질 친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지난 날의 영광이 무색하다.


말은 살아남기 위해 또다시 길들여진다.

자기 키만 한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하는

가보지 않은 길,

그 낯설고 두려운 세상 앞에서

티끌 하나 없는 모래트랙을 죽도록 달려야했던 지난날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부상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던 녀석은

생의 마지막을 선고받았다.

어제의 보양식은 최후의 만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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