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물이 길을 가는 법

조금 천천히 가는 삶

by 키작은 울타리

물이 길을 내어 간다.


바람이 불어오면 긴 머리카락 한 번 휘날려 주고

풀뿌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물고기에게 수작 부리다

해찰하며 가는 길.


자갈이 발을 걸어 넘어뜨려도

흙먼지 탈탈 털고 일어나 뾰족한 등을 타고 넘어

무심하게 지나쳐 간다.


낭떠러지 앞에서는 머뭇거림 없이 뛰어내려

용소에 잠시 머물러 하얀 구름 깔고 앉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온 물과 여정을 나눈다.


마음이 조급하여 질주 했다가 구덩이에 갇히면

차곡차곡 물이 모아지기를 기다리고

돌부리를 만나면 고집 부리지 않고 돌아서


조금 더디어도 꾸불꾸불 길을 내어 간다.


사진2).jpg
사진2)-1.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경주마, 호사의 그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