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없는 서러움
가을은 서러움의 계절이었다.
일부러 놀러 간 친구 집 감나무 밑에서
떨어진 감 주변을 한나절이나 맴돌아도
또다시 빈손이었다.
새는 허구한 날 무단 취식을 일삼는데
우린 잔반 처리반조차도 어림없었고
담 넘어온 가지는 손에 닿을 리 없어
물오른 감을 품은 파란 하늘이 얄미웠다.
터져 나오려는 투정과 서러움을
꾹 다문 입술로 틀어막고 집으로 왔던 날.
아버지는 산으로 갔다.
남의 집 일꾼이었던 귀갓길의
365일 아버지의 무거운 빈 지게가
산을 내려오는데 널뛰고 있었다.
상처 난 땡감이 우르르 쏟아졌다.
한 입 베어 물었다.
입천장이 뻣뻣해져 삼키지 못했어도
온전히 우리의 것이라는 자국을 새겼다.
땡감을 넣은 소금물을 항아리에 담아
이불로 꽁꽁 싸매 아랫목에 두고 잠들었다.
달콤한 가을 익어가는 소리가 밤새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