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지하철 속 사람들
스크린 도어가 열리고
안강망에 갇혀 끌어올려진 먹갈치처럼
사람들은 등 떠밀려 몸을 싣는다.
손잡이를 붙잡고 버티는 팔목마다
팽팽하게 당겨진 줄악기의 현(鉉)처럼
숨어있던 힘줄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스스로 제 몸을 결박하고 눈과 귀를 닫는다.
마음을 조율하는 중이다.
속수무책으로 뜯기고 퉁기는 시간의 연속에도
가슴엔 속을 비운 커다란 울림통이 하나씩 있어
누군가는 바람이 되고
누군가는 구름이 된다.
안락함을 버리고 불편함을 나누는 그들은
심해에서 시스루 같은 지느러미를 휘날리며
꼿꼿하게 선채로 헤엄쳐 수직 상승하는
눈부시게 빛나는 은갈치였다.
결박을 풀어 사람들은 빠져나가고
남겨진 손잡이에는 아름다운 소리의 울림이
잔물결처럼 남아 흔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