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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Mar 26. 2022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여행

LA 근교 테미큘라 여행기

캘리포니아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지역은 단연코 '나파밸리'다. 와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한 번쯤은 나파밸리의 와인에 대해 들어봤음직 하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북쪽에 위치한 나파 카운티의 나파밸리 와인은 캘리포니아주 와인 생산량의 단 4% 밖에 안된다고 한다. 나파밸리 와인 맛이 워낙 훌륭해 비록 생산량이 낮아도 캘리포니아 와인의 대표성을 띄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에는 나파밸리 말고도 파소 로블스(Paso Robles), 솔뱅(Solvang), 테미큘라(Temecula) 등 여러 지역에 수많은 와이너리가 있다.


LA 주민들이 가장 만만하게 방문할 수 있는 근교 와이너리 중 한 곳은 LA의 남쪽 지역인 '테미큘라'에 위치한다. 테미큘라는 LA에서 자동차를 타고 2시간 이내면 도착이 가능하다. 그래서 당일치기로도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 테미큘라 지역에는 수십여개의 와이너리가 있는데, 와인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와이너리는 아니다. (나파밸리에 비해 맛이 떨어지기 때문) 테미큘라에서 맛있는 레드 와인을 만나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화이트 와인이 훨씬 더 맛이 좋다.


테미큘라 와이너리는 과거 클린턴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를 방문했을 때 접대용 와인으로도 쓰였다 하여 유명해지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주말, 친한 언니네 가족과 함께 테미큘라에 있는 한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지난 여름 부모님이 미국에 놀러오셨을 때 나파밸리 와이너리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LA에서는 자동차로 5시간 떨어진 거리라 위치적으로 부담이 컸다.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이라면 나파밸리를 1시간 이내에 갈 수 있으니 자주 갈 수 있겠지만, LA 주민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 집에서 테미큘라까지 거리는 2시간 15분. 토요일 오전 트래픽을 감안하면 그닥 멀지 않은 거리다. 차에서 남편과 수다를 떨다 보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5세, 2세 아들 2명도 차에서 과자를 먹고 낮잠도 자며 차 안에서의 2시간을 무난하게 보냈다.

포도 수확철이 지난 탓에 포도밭이 텅 빈 와이너리의 모습. 평소 와이너리 하면 떠오르는 '광활한 땅에 포도밭이 쭉쭉 늘어져있는' 모습은 아니다. 그래도 어떠랴. 살던 곳을 벗어나 대자연 속에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아이 둘 모두 갓난아이를 벗어나니, 이제 이 정도 근교 여행 쯤은 껌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을 '껌'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시기가 오다니...감사한 일이다.)


와이너리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자유로이 뛰어다닌다. 사람들은 대부분이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야외에서도, 그리고 실내에서도 마스크 착용 여부는 개인의 자율에 맡겨졌다. 이제는 나도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과거에 비해 불편한 마음이 덜하다. 이 자유에 적응되고 있달까.


테미큘라 와이너리의 와인 맛은 듣던대로 형편없었다. (솔직하게 사실이 그렇다) 제대로 팩트 폭격을 하자면 평소 미국 마트에서 구매해서 먹는 같은 가격의 와인이 훨씬 맛있다. 테미큘라는 레드 와인 보다는 화이트 와인이 더 맛있다고 하니, 화이트 와인의 경우는 이야기가 좀 달라질지 모르겠지만 나의 경우 테미큘라에서 레드와인만 맛보았으므로, 평이 야박할 수 밖에 없겠다.


그러나 그저 그랬던 와인 맛에 불구하고, 앞으로도 종종 테미큘라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여행 중간중간에도 했다. 남편에게 '우리 다음에 또 오자, 다음에는 어디 와이너리를 가볼까'라며 지속적으로 다음 여행을 어필했다. 그랬던 이유는 아무래도 와이너리가 가져다주는 고유한 느낌 때문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와이너리에 도착했을 때 느끼는 특유의 자유함과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해방감, 인생에서 특별한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감사함 등이 날 설레게 한다. 그래서 자꾸 그 다음을 기약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19jLwW7z2co&t=25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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