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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Mar 20. 2022

배우 이민호를 만나다

드라마 '파친코' 시사회 현장

'파친코' 드라마 시사회 참석할 수 있니?

문화 부장님으로부터 온 연락. 묻고 따지지도 않고 바로 'YES'!


'파친코'라 하면...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의미심장한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 이 소설은 지난 2017년 전미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고 각종 외신이 올해의 책으로 꼽으며 미국 출판계를 뒤흔들었다. 이 소설은 4대에 걸친 재일교포의 삶을 역사적 배경과 함께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지난해 이 소설을 읽고 머리를 두드려 맞은 듯 멍했었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소설을 썼지? 특히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 온 1.5세인 작가가 어떻게 일제강점기부터 오늘날까지 4대에 걸친 재일교포의 삶을 이토록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 감탄했다.


그 후 이어졌던 이민진 작가를 향한 덕질. 유튜브를 통해 그녀가 출연한 TV쇼들을 보며, 역사학도인 그녀가 얼마나 많은 리서치를 했는지, 실제 재일교포들을 만나 인터뷰했고, 이 소설을 수년간 구상해왔다는 사실까지 알 수 있었다.


그제서야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런 작품은 어쩌다 우연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당연히. 온 마음을 달해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부어 넣었을 때 나올 수 있는 걸작품.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입장에서, 이민진 작가의 완벽한 작품 앞에서 부러움과 찬사, 그리고 동시에 (나는 평생 이런 작품을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좌절감 등이 뒤섞였다. 하여튼 나는 '파친코' 작품과 이민진 작가의 열혈한 팬이됐다.


그런 내게 애플TV플러스에 의해 드라마화 된 '파친코' 시사회에 취재를 갈 수 있으냐는 제안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해당 이메일을 받은 이후로 한동안 마음이 붕붕 떠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본 설렘이었다.



그렇다. 난 성공한 덕후가 됐다.



3월16일 LA의 '아카데미 영화박물관(Academy Museum of Motion Pictures)에서 ‘파친코 프리미어’(Pachinko Premiere) 행사가 공식 개최됐다. 이날 재택근무를 했던 나는 오후 5시 이전까지 기사 마감을 끝내놓고 부랴부랴 행사장을 향했다. 드레스 코드는 Cocktail Attire. 칵테일 파티에 어울리는 의상이었다. 영화제에 참석하는 여배우와 같은 비장한 마음으로 옷장 여기저기를 뒤져 롱 드레스에 흰 자켓을 걸치고 집을 나섰다. 행사장 취재는 평소의 나와 다른 차림으로 또다른 내가 되는 날이기때문에 그 어느 취재보다도 설렘이 동반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R3s7Q0ladSk


현장에서 코로나19 신속 테스트까지 마치고 행사장에 입장했다. 언론 및 일부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프리미어 행사에는 '파친코'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들이 총 출동했다. 그렇다. 이날 이민호, 윤여정, 정은채 등 한국에서 유명한 배우들이 참석했다. 이민호 배우가 가장 먼저 미디어 앞에 얼굴을 드러냈는데, 화면에서 본 모습 그대로여서 어안이 벙벙했다. 티비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고 해야하나.


이전에 이민호 배우가 나왔던 '개인의 취향'이라는 드라마를 보고서, '눈에다 별을 박았다'는 표현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이민호 배우의 눈은 마치 별이 담겨있는 것처럼, 빛이났다. 배우 이민호는 이날 할리웃에 처음으로 데뷔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지 언론은 한류 배우인 이민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오스카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미국에서도 잘 알려진 윤여정 씨도 이날 행사장에 참석했다. 프리미어 다음 날 관련 외신 기사들을 살펴보니, 한 외신은 윤여정 배우를 '전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인 배우가 미국 언론으로부터 '전설'이라는 수식어로 표현될 수 있음에 자랑스움과 뿌듯함, 애국심이 올라왔다.

행사가 끝난 후 이어진 시사회에는 언론 관계자 및 사전 표를 예매한 관객 총 1,000여명을 대상으로 파친코 드라마 1부가 상영됐다. 시사회에는 배우 이민호의 많은 팬들이 참석했는데, 화면에서 이민호가 등장하자 객석에서 환호가 터져 나오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스스로를 이민호 팬클럽 회원이라고 밝힌 힐다 페르난데스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한참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이민호 배우가 나온 드라마들을 보고 삶의 활력을 얻었다”면서 “이민호를 직접 볼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한 명의 배우가 인종과 관계없이 한 사람에게 '희망'과 '위안', '살아갈 힘'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배우의 직업이 참으로 위대하구나 싶었다.

애플TV플러스가 오는 25일 공개하는 드라마 ‘파친코’는 4대에 걸친 한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로 한인 저스틴 전 감독과 코코나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연대기를 한국어, 일본어, 영어 3개 언어로 전 세계에 방영한다. 25일 3개 에피소드 공개를 시작으로 4월29일까지 매주 금요일 한 편의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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