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는 오후 10시를 향하고 있다. 아직까지 두 아들은 잠들지 않았다. 시간과는 관계없이 안방 침대 위에서 방방 뛰어노는 두 아이를 바라보며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인내심이 폭발할 것만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머리 속에서는 아이들을 재우기까지의 시뮬레이션이 그려진다.
먼저 양치를 시키고, 잠옷으로 갈아입힌 다음, 아이들 방 침대에 누워 한글책, 영어책을 각각 한 권씩 읽어주고, 불을 끈 뒤 수면유도음악을 틀어놓은 채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린다.
이 과정으로 아이들을 재우는 시간은 약 30분에서 1시간이 소요된다. 한숨이 새어나왔다. 육아퇴근까지 아직도 한 시간이나 남았구나. 아이들을 재우다 나도 잠들어버리면 오늘 나의 자유시간은 사라지겠구나. 애는 나 혼자 낳았나. 외롭다. 그렇게 우울한 사고의 전환이 이뤄지면 아직까지 집에 오지 않은 남편에 대한 분노 또한 올라온다. 평일에는 도저히 얼굴을 보기 힘든 나의 남편. 아이들의 아빠.
남편은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11시에 퇴근하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때문에 평일 육아는 오롯이 나의 영역이다. 나는 재택근무를 하는 워킹맘으로서 평일에는 일과 육아 사이에서 허덕인다. 그리고 늘 불안하고, 죄책감을 느낀다.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만 같아서.
하루 종일 나혼자 고군분투하고 아이들을 재우면 남편이 귀가한다. 컨디션이 허락하는 한 나는 늘 남편에게 친절함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그가 우리가족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산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평일에 혼자하는 육아에 대한 불만을 표할 수도 없다. 그는 그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 뿐이다. 남편이라고 좋아서 하루종일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니, 그를 생각해도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나도 나만의 사정이 있다. 남편을 원망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나의 아쉬움을 토로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도 일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다른 집처럼 남편과 함께 저녁도 먹고 육아를 함께 나눠하고 싶다고.
솔직히 많은 워킹맘들이 공감하는 부분일텐데, 육아보다는 일이 쉽다. 백만배 쉽다. 일단 '일'은 어른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말이 통한다. 상식적인 어른들과 함께 일을 하면 억지부리는 일도, 떼쓰는 일도 없다. 팀원들과 각자 맡은 바 자신의 책임을 다하면 회사는 어느정도 돌아가기 마련이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때때로 억울하고, 속 썩는 일도 생기지만 그래도 일정 시기만 견디면 그럭저럭 참을만 하다.
그런가 하면 육아는 불확실의 영역이다. 아이들은 컨디션에 따라 나에게 짜증을 부리기도 하고, 떼를 쓰기도 하고, 징징 거리기도 한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게 육아다. 아이들의 속도에 따라 약속 시간에 철저한 나의 철칙이 깨지는 일이 허다하다. 내 의도와는 달리 아이들과 함께 외출할 때는 약속시간에 늦어야 하고, 공공시설에서 민폐를 끼쳐야 하는 일이 빈번하다. 육아를 하며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는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그리고 육아로 인해 하루 중 내 개인시간이 1시간도 채 되지 않을 때 큰 허탈함을 느낀다.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디인가, 싶은 어리둥절한 감정.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거지?
워킹맘으로 살기 위해서는 멘탈관리가 핵심이다.
1. 먼저 나는 잠부터 줄였다. 잠을 줄이지 않으면 정말이지 내 개인시간은 1도 없다. 내 정신건강을 아름답게 유지하기 위해 나는 하루 중 책을 읽고, 명상을 하는 시간만큼은 확보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때문에 2년 전부터 미라클모닝을 시작했다.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모닝요가 10분을 한 뒤, 따스한 꿀물을 마시며 책을 읽는 게 내 하루의 시작이다. 오전 7시까지 적어도 1시간30분은 온전한 나의 시간이다. 잠을 줄이니 그제서야 하루 중 가장 고요한 시간을 획득할 수 있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고요한 클래식만 흘러나오는 아침. 그 아침 시간으로 인해 나는 하루를 살아나갈 에너지를 충전하고 보존한다.
내가 본래 잠이 없는 사람인가 하면, 그것은 결단코 아니다. 아이가 없을 때만 해도 나는 주말에는 오전 11시까지는 늦잠을 자는 사람이었다. 달콤한 잠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잠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훨씬 더 갈구했기에 잠을 포기할 수 있었다.
2.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은 무조건 한다. 20대에는 아름다운 몸을 위해 운동을 했다면 30대 중반의 나는 체력을 위해 운동한다. 살다보니 체력이 떨어지면 기분까지 묘하게 다운된다는 사실을 몸소 경험했다. 컨디션이 나쁘면, 육아를 하면서 더욱 화가 조절이 안되는 나를 발견했다. 아이들에게 더욱 친절하고, 내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체력이 뒷받침 돼야 했다.
바쁜 일상 속에 운동시간을 확보하는 일은 맘처럼 쉽지 않다. 특히 하루 종일 집에 갇혀 있었던 팬데믹 시기에는 더욱 그랬다. 그때는 짜투리 시간을 이용했다. 내 경우 아이들을 목욕 시키는 시간에 유튜브 동영상을 켜곤 했다. 유튜브에는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 영상이 넘쳐나기 때문에 큰 노력없이도 홈트레이닝이 가능했다.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인지.
3. 빨리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를 내려 놓았다. 워킹맘으로서 가장 심적으로 고통받을 때는 내가 뒤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잠식할 때다. 남들은 승승장구하는 것 같은데, 나는 뒤쳐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면 쉽사리 우울함에 빠졌다. 그러나 미라클모닝을 통해 마음을 단련시킨 후, 인생은 결국 방향성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부터 파도타기를 하던 마음이 어느순간 평온해졌다. 인생은 길고, 언젠가 나의 때가 올 것을 믿으며,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일. 더디지만 어제보다 성장한 나를 마주하는 것. 그게 행복함을 유지할 수 있는 열쇠였다.
여전히 나는 때때로 흔들리고,
연약하고 나약한 나를 이따금씩 만난다.
하지만 멘탈관리를 통해 금세 본래의 나로 돌아올 수 있다. 우리 누구나 저마다의 멘탈관리 법이 필요하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감사하고, 평온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내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