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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ris Seok Dec 11. 2022

30대가 되어 다시 듣는 god 노래

'유퀴즈'에 가수 god가 나왔다. 아, 얼마만의 god인가. god가 나온 방송을 보며, 내가 아직도 그들의 노래 가사말 하나 하나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god 음악을 한창 듣던 건 내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다. 친구들과 모이면 각자 어떤 그룹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곤 했다. 누군가는 HOT, 누군가는 신화, 누군가는 god, 그리고 또 누군가는 NGR를 좋아하던 시절이었다. 당시의 나는 내가 god 팬인 게 참 자랑스러웠던 것 같다. "난 god 팬!"이라고 외치며 god 노래를 흥얼거리던 어린 내가 떠오른다. 하늘색 풍선에 설렐 수 있는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CD 플레이어로 god 음악을 듣고 또 들으며, 어린 나는 얼마나 즐거웠던지. 



어려서부터 우리 집은 가난했었고 / 남들 다하는 외식 몇 번 한 적이 없었고 / ... / 야이야이아아 그렇게 살아가고 / 그렇게 후회하고 /눈물도 흘리고 ('어머님께' 중에서)


난 니가 싫어졌어 / 우리 이만 헤어져 / 다른 여자가 생겼어 / 너보다 훨씬 좋은 ('거짓말' 중에서)


파란 하늘 하늘색 풍석은 / 우리 맘속에 영원할거야 / 너희들의 그 예쁜 마음을 우리가 항상 지켜줄거야 ('하늘색풍선' 중에서)


가사말을 보고 절로 흥얼거리게 되지 않는가? 음악이 귓속에 들리는 묘한 착각이 들지 않나? 

그렇다면 당신도 그 시절 god 음악을 무척이나 즐겨 듣던 사람임에 틀림없다. god는 팬을 넘어 국민가수이기도 했으니까. 응답하라 1999, 응답하라 2000 시리즈를 만든다면 배경음악은 필히 god 노래이리라. 


30대가 되어 그들의 노래를 들으니, 아무 생각없이 가사말을 따라 부르던 과거의 나와 달리 가사 하나 하나를 곱씹어 보게 된다. 가령 '촛불 하나' 가사말을 살펴보자면, 


누가 인생이 아름답다고 말한 건지 / 태어났을 때부터 / 삶이 내게 준 건 / 끝없이 이겨내야 했던 고난들뿐인걸


과거 어느 한 시절엔 인생이 마저 꽃밭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삶은 아름답기만 하다는 낙천적인 생각을 품었던 것 같다. 그러다 삶이 조금씩 예상 밖의 궤도로 넘어가면서, 인생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꽃길만 걸어' 라는 문장 조차 차마 말할 수 없는 사람이 됐다. 꽃길만 걷는 인생이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아니까, 그런 바람을 빌어주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그러면 안돼 / 주저앉으면 안돼 / 세상이 주는 대로 그저 주어진 대로 / 이렇게 불공평한 세상이 주는 대로 그저 받기만 하면 모든 것은 그대로 / 싸울 텐가 포기할 텐가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고 말텐가 /

세상 앞에 고개 숙이지 마라 기죽지 마라 


어려운 삶 앞에서 포기하지 말라고, 그들은 이야기 한다. 포기하지 말고,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지 말고, 그럼에도 살아가라고,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노래한다. 


마음이 말랑해지는 새벽 시간에 god 노래를 들었다. 그 시절이 그리워서, 순수가 있었던 따스한 풍경이 아른 거려서, god 노래 유튜브 댓글에서 나와 함께 나이든 동시대를 살았던 누군가가 애잔해서 노래를 들으며 울컥해졌다.


god 콘서트가 서울(12.9~12.11)과 부산(12.24~12.25)에서 한창이다. 소셜미디어에서 god 콘서트 후기를 보며 대리 만족 중이다. 버킷리스트에 'god 콘서트 가보기' 소망 하나를 올리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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