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하며 일하는 엄마
재택근무를 하면 '워킹맘'과 '전업주부'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살아가게 된다. 일하는 나와 살림과 육아를 하는 내가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하게 되는 것.
이를테면 하루 일과는 이렇다.
아침 6시에 기상해 아이들 도시락을 싸고(학교에 카페테리아가 있긴 하지만 아이들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오마이갓 그리운 한국의 급식), 가족들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도시락은 거의 매일 비슷한 메뉴로 구성되는데, 샌드위치, 파스타, 과일 등등으로 구성됐다. 아침식사는 남편의 경우 건강죽을 먹고, 아이들은 국에 밥을 말아 먹는다. 개별적으로 보면 크게 손이 가지 않는 음식들이지만, 해야할 가짓수가 많다보니 족히 한시간은 주방에서 시간을 써야 도시락, 아침식사를 준비할 수 있다.
7시가 되면 남편이 아이들 옷을 입혀 1층 부엌으로 내려온다. 아이들은 식탁에 앉아 물한컵을 마시고 바로 아침식사를 한다. 아침부터 먹성이 좋은 두 아들. 학교는 점심시간이 짧아 친구들이랑 노느라 점심을 제대로 못 먹는다는 아들의 말에 아침은 꼭 밥으로 챙겨준다. 한국인은 어디서든 밥힘으로 사는게 아닌가.
7시30분, 부랴부랴 짐을 챙겨 집에서 나온다. 이때 10분 정도 지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은 집을 나오기까지 왜이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다.
"엄마, 화장실!"
"엄마, 뭘 두고 왔어!"
7시40분에는 최소 출발해야 지각을 면하기 때문에 7시30분부터 집 밖을 나갈 채비를 해야한다.
두 아이들은 현재 각각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어 등교시간이 꽤나 걸리는 편. 아이들 두 명 모두 학교에 보내고 나는 단골카페를 향한다. 대략 시간은 오전 8시30분. 이때부터 내 자유시간, 이라고 말하면 좋겠지만 분주하게 일을 시작해야 한다. 오늘 어떤 기사를 쓸지 '버짓'을 제출해야 하는데, 하루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최대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도 단골카페에서 늘 먹는 블루베리스콘과 카페라테 덕에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어쩜 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혼자서 카페에서 일하는 아침 시간을 가장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첫째 아들 학교가 끝나는 시간은 오후 2시38분. 그때까지 난 최대한 업무를 끝내놓아야 하는 미션에 놓인다. 아이들을 학교에 픽업가려면 또 한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를 간 시간을 잘 활용해야만 그날 하루 업무에 차질이 가지 않는다. 때문에 별도의 점심시간 없이 주로 뭔가를 먹으며 일을 하곤 한다.
며칠 간격으로 오전 시간에는 청소도 해야한다. 매일의 청소는 대개 로봇청소기로 해결하고 있고, 일주일에 한 두번 직접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하는데 청소시간은 그날그날 하루 일과에 따라 틈이 날 때 한다. 빨래도 마찬가지.
오후 2시가 되면 알람이 울린다. 아이를 데리러 갈 '애데렐라' 시간이 됐다는 알람이다. 그 시간이 되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노트북을 챙겨 아들 학교를 향한다. 아들은 '가장 먼저 데리러 와줘'라고 매일 아침 말하는데, 엄마를 기다릴 그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하겠어서 최대한 아들의 부탁에 응한다. 아들은 저 멀리서 엄마가 보이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내게로 뛰어와 안긴다.
아들과 상봉하고 나면 근처 도서관을 향한다. 떡을 썰며 아들을 공부시켰던 한석봉 엄마에 빙의해 나는 일을 하고 아들은 숙제를 한다. 일을 끝내고 나면 둘째 아들을 픽업하러 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 언제나 배고픈 뱃속에 거지가 들어있는 듯한 두 아들에게 간식을 만들어주고, 방과 후 활동 라이드할 채비를 한다. 태권도, 피아노, 수영 등등 아이들은 학교가 끝난 후에도 바쁘다.
방과 후 활동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할 시간. 음식을 잘하진 않지만 손이 빨라 다행이라는 생각. 찌개를 끓이고, 고기를 굽는 등 30분 내로 요리를 마치고 두 아들과 남편에게 저녁을 차려준다. 저녁을 먹은 후 남편이 설거지 하는 동안 아이들을 목욕 시킨다.
그러고 나면 대략 시간은 오후 9시쯤이 된다. 뽀송해진 아이들과 침대에 누워 책 두 권을 읽어주고 불을 끈다. 아이들이 잠들기까지 기다리며 난 눈을 감고 명상의 시간을 가진다. 이때 잘못하다 잠들어 버리면 굉장히 억울해진다. 나만의 시간을 적어도 한시간은 가지고 잠들고 싶은 마음에 아무리 졸려도 아이들과 함께 잠들지 않는게 내 원칙이다. 아이들이 새곤새곤 잠든 숨소리가 들리면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아이들 방을 빠져나온다.
얏호. 그때서야 읽고 싶었던 책을 읽거나 보고싶었던 넷플릭스 영상을 본다. 또는 남편과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잠들기 전 남편에게 말한다.
"오빠, 너무 피곤해서 잠이 안와. 온 몸이 아프네."
진짜 그렇다. 하루 종일 스파르타로 살았더니, 온몸이 쑤신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우울할 틈이 전혀 없고, 매일 전투에 나가는 전사의 마음가짐으로 살아간다. 그럼에도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이유는 내가 이런 삶을 사랑해서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내 가족도 직접 돌보고 있다는 그 감각이 굉장히 뿌듯하고 성취감을 안겨준다.
워킹맘으로 사는 건 내가 나를 사랑해주는 방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