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여행

by Iris Seok


지난주 미국에서는 롱위켄드 연휴가 있었다. 금요일 회사도 오후 1시30분에 파했고, 금토일월 자그만치 3박4일의 연휴가 주어졌다. 마침 그때가 한국의 설 연휴와 겹쳐 있어서 미국에 사는 나 조차도 한국의 설 연휴에 탑승해 휴가를 가는 것처럼 여겨졌다. 매년 설 시즌에는 미국에 사는게 조금은 외롭게 여겨지곤 했는데, 여행을 간다는 설렘과 기쁨이 향수를 싸그리 날려줬다.


직장인에게 쉬는 날은 무척이나 귀한 것이라 몇 달 전부터 이 시기에 어디로 여행을 갈 지 고민했다. LA에 산지도 10년이 훌쩍 넘다보니 안 가본 근교는 거의 없었다. 갔던 곳 중에 좋았던 곳을 또 가는게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고작 3박4일인데 비행기 타고 먼 곳으로 여행가기는 좀 부담이 됐다.


자동차로 갈 수 있을 것, 약간의 도시 감성이 있을 것, 아이들이 할 만한 게 많을 것 등등.


나만의 여행 기준을 두고 여행지를 추려보니, 라스베가스로 좁혀졌다.


2년 전 아이들의 봄 방학을 맞아 라스베가스에 갔었는데, 그때 아이들이 생각보다 재밌게 놀아서 좋은 기억이 있다. 결혼 전에는 라스베가스에 놀러가면 카지노도 즐기고(그래봤자 100달러 미만), 클럽에 가서 춤도 추고, 호텔 Bar에 가서 술도 마시고 그야말로 화려한 여행의 정점이었다. 결혼 후에는 전혀 다른 곳이 되었지만, 그래도 라스베가스는 그 화려한 모습에 언제가도 또다른 설렘을 준다.


아이들이 그곳에 가면 뭘하나? 싶지만서도 라스베가스에는 아이들을 위한 장소도 꽤나 있다. Shark 아쿠아리움, 서커스 서커스 호텔에 있는 미니 놀이동산, Rainforest 카페, 서커스 공연, 베네시안 호텔에서 배타기, M&M 스토어 들리기 등 아이들과도 누릴 수 있는게 많은 도시가 라스베가스다.



금요일날 무려 7시간을 달려 라스베가스에 도착했다. 월요일이 공휴일이다 보니 모두가 우리 가족처럼 금요일 오후에 여행길에 오른 것이다. 평소였다면 4시간 반 정도 운전하면 라스베가스에 도착하는데, 이날은 LA를 빠져나가는데만 2시간이 소요된 것 같다.


운전자인 남편은 '굳이 이렇게 운전해서까지 라스베가스에 왜 가야 하나' 투덜대는 듯 했지만, 라스베가스에 도착 후 호텔 방안에 들어가 도시 야경을 보니 내 입장에서는 와- 하는 감탄만 흘러나왔다. 멀어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야경은 보고 또 봐도 좋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첫날밤 잠들었다.




이번 여행에서 즐거웠던 순간들이 꽤 있었는데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Sphere: Wizard of OZ

라스베가스 Sphere는 건물 전체가 스크린인, 세상에서 가장 몰입감 있는 공연장이다. 안에 들어가면 천장과 벽이 모두 영상으로 펼쳐져, 영화가 아니라 ‘공간’을 보는 느낌이 든다. 한 번쯤은 꼭 경험해볼 만한, 기술이 만든 새로운 시대의 극장이다.


드디어 아끼고 아껴왔던 Sphere에 아이들과 함께 입장했다. 입장료가 꽤나 비싸서 아이들이 너무 어릴 때 보다는 경험을 기억할 수 있는 나이에 오고 싶어서 2년 전에는 가지 않았었다. 이제 초3, 초1인 아이들이 충분히 즐길 때가 되어 Sphere에서 영화를 봤는데, 영화 시작과 동시에 스크린이 천장 위까지 늘어나자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영화를 보며 수시로 아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신기해하는 눈빛이 너무나 예뻐서 자꾸 보고 싶었다.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때 그렇게나 뿌듯하다. 늘 한국을 향한 그리움이 있지만, 이렇게 미국에 살면서 아이들의 '성장' 순간을 지켜볼 때는 미국에 사는 감사함에 대해 떠올려보게 된다.


벨라지오 분수쇼

벨라지오 분수쇼는 라스베가스에 오면 빼놓을 수 없는 일정.


올 때 마다 봤으니까 꽤나 질릴 법도 한데 화려한 호텔 불빛 속 벨라지오 호텔 앞에서 펼쳐지는 분수쇼는 볼 때마다 환상적이다. 여행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설렘이 증폭되는 느낌이랄까. 2년 전에 아이들과 왔을 때는 첫째와 둘째 모두 어렸기에 아이들은 마치 이번에 처음 분수쇼를 보는 것처럼 굴었다.


물줄기가 하늘로 솟구치자 와, 와, 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두 아이가 어찌나 귀엽든지.



벨라지오 설날 데코레이션

마침 우리가 여행 갔던 시기가 음력설과 겹쳤기에 곳곳에서 설 데코레이션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벨라지오 호텔 데코레이션이 가장 볼 만했다. 다만 음력설이 때때로 어떤 곳에서는 'Chinenese Lunar New Year'로 불려서 아쉬웠다. 중국인 뿐만 아니라 많은 아시안 국가가 음력설을 즐기는데, 미국에서는 음력설을 마치 중국만의 문화인 것으로 여겨질 때를 종종 마주한다. 19세기 골드러시와 철도 선설 시기에 많은 중국 이민자들이 미국에 정착했고, 이 시기부터 대규모 중국 커뮤니티가 형성되면서 음력설이 'Chinenese New Year'라는 이름으로 알려졌고, 그게 지금까지 고착화된 게 이유라고 한다.


벨라지오 설날 데코레이션 또한 누가봐도 중국 문화가 테마였어서 그 점이 좀 아쉽게 여겨졌는데, K문화가 미국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으므로, 점차 나아지리라고 믿는다.




여행에서 제일 기분 좋은 때는?

되돌아보면 어떤 여행에서든, 조식 시간이 가장 설레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집에서 벗어나 요리를 안해도 되고, 남이 차려준 아침 밥을 먹는게 그렇게나 좋다.


특히 호텔 조식이라든지, 브런치 맛집을 찾아가서 분위기를 즐기며 블랙 커피 한 모금을 탁 하면, 캬. 이게 사는 맛이지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첫날 늦게 도착, 마지막 날 새벽 5시에 집으로 출발. 3박4일이지만 실질적으로 라스베가스에서는 딱 이틀을 보낸 셈이다. 그래도 일상을 벗어나 시끌벅적한 곳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잔뜩 얻고 돌아왔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또 라스베가스를 방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