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랑 통역 되나요?'를 보게된 건 순전 홍자매 작가들 때문이었다. 드라마를 보는게 지상 최고의 행복이던 학창 시절, 홍자매 작가들이 써내려 간 드라마들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쾌걸춘향, 마이걸, 환상의 커플, 미남이시네요, 최고의 사랑,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주군의 태양...등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홍자매의 드라마는 늘 대박이었다.
통통 튀는 내용이 보통 주를 이루고, 드라마 속 여성 캐릭터는 수동적이거나 약하기 보다는 엉뚱하며, 매력적이고, 강인했다. 홍정은, 홍미란 작가가 그리는 세계관이 좋았고, 그러니 그녀들의 새로운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공개됐을 때 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남자주인공이 김선호가 아니던가!
김선호 배우를 눈 여겨 보기 시작한 건 '갯마을 차차차'의 홍반장을 보고난 후다. 소년미를 가진 담백한 얼굴, 개구진 표정, 그리고 여자 주인공이 귀여워 어쩌지 못하겠다는 어이없는 너털 웃음...스크린 속의 그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그에게 빠지는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갯마을 차차차'의 대박으로 배우로서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던 그 때, 김선호 배우는 전 여친의 폭로로 큰 스캔들에 휘말리게 된다. 전 여친은 김선호 배우의 나쁜 행실과 자신에게 했던 악행에 대해 Nate 판에 토로하는 글을 올렸고, 이 글은 크게 화제가 됐었다. '갯마을 차차차'와 1박 2일에서 누구보다도 사람 좋아보이던 김선호 배우에게 이토록 저질스러운 과거 행적이라니...김선호 배우는 라이징 스타였던 만큼 한 순간에 추락했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김선호 배우를 욕하기 보다는 그에게 측은지심을 느꼈다. 후속으로 디스패치에서 김선호 배우의 억울함이 담긴 기사가 나왔고, 이 기사를 읽었다면 김선호 배우가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여간 이 사건 이후 수년간 대중의 기억 속에 사려졌던 김선호 배우가 '이 사랑 통역되나요?' 드라마를 통해 화려하게 복귀했다.
드라마를 처음엔 큰 기대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일본, 캐나다, 이태리까지 배경지가 워낙 화려해서 마치 여행을 다니는 듯한 착각이 일며 한 순간 드라마에 빠져들었다. 솔직히 스토리는 물음표가 한 가득이었지만, 배우들의 얼굴합과 배경이 다 살렸다.
주말에 침대에 누워 드라마를 보는데 완전 소확행 그 자체. 누워서 일본 여행도 갔다가, 캐나다도 갔다가...미소가 지어졌다. 결혼 11년차에 두 아이를 키우느라 죽어있던 연애 감정이 드라마를 보니 몽글몽글 피어났다. 사랑에 빠지고 사랑이 삶의 중심에 있던 그 어느 찬란한 시절이 인생에서 가장 분홍빛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도 당연히 남편을 사랑하지만, 그때 느꼈던 연애 감정과는 다른 또다른 사랑의 감정이다. 설렘은 적지만 더 깊이있고 신뢰가 있는 사랑이라고 해야하나. 지금 느끼는 이 사랑이 더 단단하고 좋지만, 그래도 연애 때의 감정이 가끔씩 그립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괜찮다. 내겐 이런 로맨스 드라마가 있으니.
소확행을 느끼고 싶은, 연애 세포를 키우고 싶은 분에게 이 드라마를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