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ris Seok Sep 08. 2021

뒷모습이 예쁜 여자가 되고 싶다

살면서 자신의 뒷모습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있는가? 


출산 이후 달라진 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중 하나는 이전처럼 사진 찍는 일이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 속 나는 언제나 퉁퉁 부어 있었고, 낯선 아줌마 같았다. 아무리 예쁘게 차려입고 사진을 찍어도 SNS에 업로드하고 싶지 않은 그저그런 결과물만 나왔다. 이래서 출산한 여자 연예인들의 사진 기사 제목에는 한결같이 '애 낳고도 똑같은 미모'와 같은 수식어가 붙는 것일까. 일반 사람들은 애 낳고 180도 변하기 때문에 출산 후에도 관리가 잘된 그들의 모습이 부각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둘째를 낳은 지 2년쯤 지나자 과거에 입었던 옷들이 하나 둘씩 맞기 시작했다. 그쯤부터 사진도 다시 찍기 시작했다. 출산 후 내 몸무게는 과거로 완벽하게 돌아가진 못했지만, 타이트한 옷들을 제외하면 20대 때 입었던 옷들을 입을 수 있었다. 조금씩, 천천히, 과거의 내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뒷모습이었다. 


어느날 친구와의 짧은 만남 이후 친구가 보내온 사진을 보고 충격과 공포로 입이 떡 벌어졌다. 친구가 보내온 사진에는 내 뒷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당시 친구와 만났을 때 첫째 아들을 대동했는데, 친구는 엄마와 아들의 모습을 남겨주고 싶다는 사랑스러운 의도로 우리의 뒷모습을 찍었으리라. 사진 속 내 뒷모습에 물음표가 마구 떠올랐다. 이게 누구지? 정녕 나인가? 


사진 속 아들의 뒷모습이 내가 실제로 바라보는 뒷모습과 다르지 않은 걸 보면, 나의 뒷모습 또한 실제와 다를리 없었다. 그러니까 확인사살하자면, 사진 속 뒷모습에는 왜곡이 전혀 없다. 저건 부정할 수 없는 나인 것이다. 


왜 남자들이 이런 말을 하지 않나. 여자의 뒷모습 보고 따라갔다가 앞모습 보고 놀라서 도망친다고. 그런데 그 발언에 숨겨진 모순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뒷모습이 예쁜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내 뒷모습을 마주하자 식욕이 확 줄었다. 그날 저녁을 굶었고, 줄넘기 1,000번을 했다. 출산 후 내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막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스스로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임산부일 때 하루하루 몸무게가 늘어가는 나를 보면서, '애만 낳아봐라. 운동 열심히 해서 이 살들을 다 빼고 만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둘째를 낳고 2년이 지나도록 내 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뒷모습이 이뻐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살을 빼야 하는데, 군살이 없어야 뒷모습이 이쁠테다. 군살이 없다는 건 운동과 식단을 겸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굽은 어깨는 보기 좋지 않으니, 등도 꼿꼿하게 펴져 있어야한다. 


뒷모습이 예쁜 여자야말로 지금의 내가 추구해야 할 이상향임을 깨닫는다. 아름다운 뒷모습은 단순히 그날 입은 옷으로, 화장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오랜 기간 땀을 흘리고, 식단관리를 하고, 자세를 곧게 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뒷모습은 한 개인의 삶의 성향과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올해가 가기 전 목표는 뒷모습이 예쁜 여자가 되기. 한 해를 뿌듯하게 마무리 찍기 위한 아주 어려운 관문이 될 듯 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꼭 아이 학교는 엄마가 데려다줘야 하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