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ris Seok Jun 13. 2021

미래의 내가 되어 현재를 바라보면

현재가 찬란해지는 마법


20대 때까지만 해도 내가 바라보는 인생은 한없이 아름다운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나는 내 인생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고,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모든 것은 뒤따라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근거없는 자신감과 패기로 하루하루 행복함을 만끽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며 어느덧 30대 중반을 코 앞에 두고 보니, 삶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사뭇 달라졌다. 



인생은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았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들은 여기 저기 널려있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나만을 위한 삶도 사라졌다. 나 이외에 챙겨야 할 타인이 늘어나는 일은 의미있고 행복한 일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버거운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생이 아름답기만 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데 있다.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을 줄로만 않았던 소중한 사람들이 내 삶에서 영영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늘 공포에 떨게 한다. 어렸을 적에 '엄마가 없으면 나도 하늘나라 갈거야'라는 말을 곧잘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엄마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사나, 하고. 그런 내가 엄마가 됐다. 여전히 엄마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지만, 그때처럼 '나도 같이 하늘나라 갈래!'라고 말해 버릴 수는 없는 몸이 됐다. 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내 아이들을 책임져야하므로,


20대 청춘에 품고 있던 고민들만 해결하면 꿈꾸던 인생이 차르륵 펼쳐질 줄 알았더니, 중년의 삶은 생각지도 못하게 훨씬 더 고단한 삶의 단계였다. 아직 30대 중반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나는 여전히 청춘의 삼팔선을 가끔씩 넘나들고 있지만, 40대, 50대는 벌써부터 두렵다. 부모님의 건강, 나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 아이들의 진로 문제 등 앞으로 겪어나갈 일들을 상상하다 보면 숨이 가빠지는 것만 같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20대와는 결이 다른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30대의 나를 발견한다. 그때는 학점, 대외활동, 취업 등에 모든 신경을 쏟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에 대해 고민한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 속에 어떤 것들을 추구하고 살면 내가 죽기 전에 '잘 살았다', '후회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욕망만을 위해 달려가면 소중한 많은 것들을 놓쳐 후회할 것만 같고, 그렇다고 자연인으로 소소한 즐거움만 누리며 살아갈 자신도 없다.


지난 해부터 시작한 미라클모닝의 '명상'시간은 내 고민에 정답까지는 아니어도 '방향성'은 제시해줬다. 온전히 현재를 즐기며,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타인을 사랑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적어도 '잘' 산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KFLkSlc_ZT8&list=PLSs5Euw2RXCGEa0LExDLDYZ3a3tb3W822&index=15

육아를 끝마친 어느 밤에도 명상 음악을 틀어놓고 서재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명상 음악에는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찡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데, 그날 틀었던 음악은 그 정도가 강했다. 음악을 들으며 뭉클해진 마음으로 눈을 떠 주변을 쳐다봤다. 마치 타이타닉 영화에서 주인공 할머니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속에 내가 놓여진 것 같았다. 죽음을 앞둔 노인의 시선으로 내 현실을 바라보니, 현재의 순간들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내가 최근 가지고 있던 고민들이 별게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어차피 모든 건 찰나일 뿐인데, 뭐 그리 연연하고 집착한단 말인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함 그 자체인데.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의 시선으로 현재를 바라보니 내가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미래의 나는 이 순간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모순적이게도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명대사가 구구절절 가슴에 박히는 밤이다. 매일을 눈이 부시게, 감사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일 수 있기를 기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존감이 높은 여자가 훈남을 쟁취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