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가 찬란해지는 마법
20대 때까지만 해도 내가 바라보는 인생은 한없이 아름다운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나는 내 인생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고, 열심히 노력하면 원하는 모든 것은 뒤따라 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근거없는 자신감과 패기로 하루하루 행복함을 만끽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키우며 어느덧 30대 중반을 코 앞에 두고 보니, 삶을 바라보는 내 시선은 사뭇 달라졌다.
인생은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았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변수들은 여기 저기 널려있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나만을 위한 삶도 사라졌다. 나 이외에 챙겨야 할 타인이 늘어나는 일은 의미있고 행복한 일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버거운 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인생이 아름답기만 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데 있다.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을 줄로만 않았던 소중한 사람들이 내 삶에서 영영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나를 늘 공포에 떨게 한다. 어렸을 적에 '엄마가 없으면 나도 하늘나라 갈거야'라는 말을 곧잘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엄마 없는 세상을 어떻게 사나, 하고. 그런 내가 엄마가 됐다. 여전히 엄마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지만, 그때처럼 '나도 같이 하늘나라 갈래!'라고 말해 버릴 수는 없는 몸이 됐다. 난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내 아이들을 책임져야하므로,
20대 청춘에 품고 있던 고민들만 해결하면 꿈꾸던 인생이 차르륵 펼쳐질 줄 알았더니, 중년의 삶은 생각지도 못하게 훨씬 더 고단한 삶의 단계였다. 아직 30대 중반 언저리에 머물고 있는 나는 여전히 청춘의 삼팔선을 가끔씩 넘나들고 있지만, 40대, 50대는 벌써부터 두렵다. 부모님의 건강, 나의 이상과 현실의 간극, 아이들의 진로 문제 등 앞으로 겪어나갈 일들을 상상하다 보면 숨이 가빠지는 것만 같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심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20대와는 결이 다른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 30대의 나를 발견한다. 그때는 학점, 대외활동, 취업 등에 모든 신경을 쏟았다면, 지금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에 대해 고민한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 속에 어떤 것들을 추구하고 살면 내가 죽기 전에 '잘 살았다', '후회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욕망만을 위해 달려가면 소중한 많은 것들을 놓쳐 후회할 것만 같고, 그렇다고 자연인으로 소소한 즐거움만 누리며 살아갈 자신도 없다.
지난 해부터 시작한 미라클모닝의 '명상'시간은 내 고민에 정답까지는 아니어도 '방향성'은 제시해줬다. 온전히 현재를 즐기며, 내게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하고, 가족과 친구를 비롯한 타인을 사랑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적어도 '잘' 산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KFLkSlc_ZT8&list=PLSs5Euw2RXCGEa0LExDLDYZ3a3tb3W822&index=15
육아를 끝마친 어느 밤에도 명상 음악을 틀어놓고 서재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명상 음악에는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찡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데, 그날 틀었던 음악은 그 정도가 강했다. 음악을 들으며 뭉클해진 마음으로 눈을 떠 주변을 쳐다봤다. 마치 타이타닉 영화에서 주인공 할머니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속에 내가 놓여진 것 같았다. 죽음을 앞둔 노인의 시선으로 내 현실을 바라보니, 현재의 순간들이 아름다워서 눈물이 났다.
내가 최근 가지고 있던 고민들이 별게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어차피 모든 건 찰나일 뿐인데, 뭐 그리 연연하고 집착한단 말인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함 그 자체인데.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자의 시선으로 현재를 바라보니 내가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진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미래의 나는 이 순간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모순적이게도 삶은 유한하기 때문에 슬프면서도 아름답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명대사가 구구절절 가슴에 박히는 밤이다. 매일을 눈이 부시게, 감사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는 나일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