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을 꿈꾼 적이 없습니다만

여성의 꿈이 인정받는 사회를 꿈꾸며

by Iris Seok


뭐 그렇게 열심히 살아요.
여자는 ‘사모님’이면 만사 오케이인데.


여름이 저물 무렵 선선한 바람이 불던 어느 저녁 날, 야외 식당 회식 자리에서였다. 여자는 사모님이 되면 된다, 는 말을 들은 것은. 저 문장의 주인은 요즘 흔히들 말하는 ‘꼰대’ 문화에 흠뻑 젖어있는 중장년층 50대 남성이었다. 그 분은 아이 둘을 키우며 아등바등 직장 생활을 유지해 가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사모님이 되면 충분하지 않겠느냐는 말로 날 위로하고자 했다.


나쁜 의도를 가지고 내뱉은 말이 아님을 알았기에 머쓱하게 웃으며 대답을 회피했다. 정색을 하며 ‘무슨 말씀이시냐’고 따져 물을 수도 있었겠으나, 회식 자리 분위기를 깨뜨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그리고 그 다음날 밤에도 마음 속에는 작은 구멍이 생겨난 듯 했다. ‘사모님이라…’


‘사모님’의 정의는 무엇인가 인터넷 창에 검색을 해본다.


1. 스승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2. 남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3. 윗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이르는 말


그날 회식자리에서 언급됐던 ‘사모님’은 3번의 뜻을 내포한 단어임에 틀림없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의 부인을 흔히들 사모님이라고 부른다. 그러니 ‘사모님이면 오케이’라는 발언을 해석해 보자면, ‘여자는 남편 내조나 잘해서 남편을 성공시키는 게 최고다’라는 속뜻을 품고 있다. 사모님이라는 대중적인 단어 뒤에 숨어 여성의 권리를 은근히 과소평가하는 남성들은 여전히, 더군다나 내 주변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왔다.


남편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사모님이라는 지위는 나의 꿈을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업신여기는 듯 하다. 그리고 현재 내가 하는 일을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만 과소평가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여자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가치의 소중함을 전면 배제한 것이기도 하다. 사모님이 그렇게 위대한 꿈이라면, 왜 성공한 여자의 남편을 수식하는 단어는 이 세상에 없는가?


'사모님'이라는 단어는 곱씹을 수록 여성의 권리를 무시하는 단어 같아서 화가 났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내 대답을 하고 싶다.


제 꿈은 사모님이 아닙니다만.
여성의 꿈을 소중히 여겨주시는 게 어떨까요.
이전 07화동네 카페에서 일한다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