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에서 주의할 것
탄자니아 생활 시작과 동시에 인수인계와 함께 현지 생활 전반에 필요한 안전 교육을 받았다. 업무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업무보다 중요하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마음 한 구석으론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탄자니아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다 비슷하겠지.'
1년 거주를 마친 지금,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과는 분명히 다르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은 같지만 치안, 생활환경에 의해 바뀐 사고방식이라는 것이 있다. 이제까지 살아 본 나라와는 확실히 달랐다.
이 글을 통해 탄자니아 생활을 시작했거나, 앞으로 시작할 사람, 그리고 여행을 계획 중인 사람들에게 꼭 필요할 생활 안전 정보를 정리해 본다.
1. 내 몸에 들어가는 물은 무조건 생수
탄자니아에 도착한 순간부터 떠나는 날까지 지켜야 할 것. 내 입에 들어가는 물은 무조건 생수! 수돗물을 마신다고 100% 탈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특히 이를 닦고 헹굴 때도 생수 사용을 권장한다. 나는 집 화장실에 생수병을 따로 두었고, 사무실에서도 밥 먹고 이를 닦으러 갈 때 텀블러에 생수를 담아가 이를 헹궜다.
얼음 역시 마찬가지다. 정수된 물로 얼린 얼음이 아니라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국인이 자주 찾는 식당이나 카페는 대개 정수된 물을 사용하고 있지만 길거리 음식이나 음료는 다르다. 실제로 주변에서 깨끗하지 않은 물을 섭취하고 탈이 나는 경우를 꽤 많이 보았다.
체류 초기에는 몸이 현지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더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집에서 요리를 할 때도 예외는 없다.
- 채소, 과일을 씻을 때
- 쌀을 씻을 때
- 국을 끓일 때
가능하면 생수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나는 혼자 거주하는데도 불구하고 18L들이 정수기통을 주 2통씩 배달받았다. 위장이 예민하여 한국에서도 병원에 자주 다녔기에 유난 떠는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지냈다. 양치, 요리, 세안 후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생수로만 했다. 한 달 생수 값만 4만 원(약 8만 실링). 대신 1년 동안 위장 관련 문제는 겪은 적이 없다.
2. 길거리 음식 중 익지 않은 것이나 껍질째 먹는 것은 피하기
탄자니아에서 살면서 가장 좋았던 것 한 가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렴하고 맛있는 과일을 꼽겠다. 망고, 파인애플, 바나나, 아보카도 등 현지에서 재배되는 것은 한국에서 먹던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맛있는 과일을 살 때도 주의할 것은 있다.
- 껍질을 까서 판매하는 과일은 구매하지 않는다.
- 자리에서 껍질을 까주고 시식을 권해도 정중하게 거절한다.
어떤 물로 과일을 씻었는지, 관리는 어떻게 한 칼을 사용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현지인은 먹고 문제없더라도 외국인의 면역은 또 다를 수 있다. '현지인이 괜찮으니 나도 괜찮겠지?' 하는 순간이 제일 위험하다.
* 모든 음식을 먹으면 안 될까?
길을 걷다 보면 플라스틱 상자 안에 담긴 길거리 음식이 눈길을 끈다. 현지식 사모사인 삼부사(sambusa)부터 만다지(mandazi), 비툼부아(vitumbua), 미쉬카키(Mishkaki) 등 굽거나 튀긴 음식이 다양하다. 종종 계란이 들어간 튀김류도 있으니 그것만 좀 조심하자.
조리된 음식은 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탄자니아 체류 3개월 차부터 하나씩 먹기 시작했는데 꽤 입에 맞아서 월 3회 이상 사 먹었다.
3. 식당에서도 샐러드 같은 생채소나 날 것은 가급적 피하기
길거리 음식만 피하면 끝일까? 아니다. 비교적 깔끔해 보이는 식당에서 내주는 생채소 요리도 여전히 위험할 수 있다. 토마토, 양파, 오이 등을 넣은 현지식 샐러드 카춤바리(Kachumbari), 서양식 샐러드, 덜 익힌 식재료 등을 잘못 먹으면 물이나 식자재 문제로 탈이날 수 있다.
분위기 좋은 관광지 식당에서도 한 끼 잘못 먹으면 여행을 망칠 수 있다. 가능하다면 완전히 익힌 채소, 볶음, 찜, 구이류의 메뉴를 택하는 것이 안전하다.
병원에 갈 정도의 심각한 위장 문제를 겪은 적은 없지만, 외식 후 설사를 한 경험은 몇 번 있었다.
4. 해진 뒤 이동은 최소화, 언제든 표적이 될 수 있다
한국과 현지에서 해외 생활 안전 교육을 받을 때 강사분들이 강조한 부분이 있다. 바로 '해 진 뒤 외출 금지.'.
생활 초기에는 해가 머리 위에 떠있는 대낮에도 누가 말을 걸거나 지나가기만 해도 흠칫했다. 미어캣처럼 항상 경계태세였는데 한 두 달 정도 지나서는 초원 위 사자라도 된 것처럼 자유롭게 산책을 즐겼다. 그러면 절대 안 된다.
다르에스살람에는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해변 코코비치(Coco Beach)가 있다. 해안가를 따라 늘어선 카페와 식당 그리고 삶을 즐기는 현지인들. 겉보기엔 평화로워 보이고 같이 즐기고 싶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에게 범죄 우발지역로 알려진 곳이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은 해안가에서 조금 떨어진 절벽에 앉아 일몰을 보며 포장해 온 음식을 먹었다. 두 명의 현지인이 다가오며 돈을 요구했다. 그날은 한 번의 거절에 운 좋게 그냥 지나갔지만 상대방이 물건을 강탈할 의지만 있었더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하고 싶지 않다.
한 번은 경찰에 신고해야 할 정도의 일을 겪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현지인은 내가 그저 돈 많은 외국인(음중구 Mzungu) 일뿐이고, 늦은 시간 산책한 내 탓을 했다. 살아있는 데다가, 병원에서 치료받을 돈이라도 있는 것이 행운이라는 말은 덤. 실제로 현지인에 비해 급여가 높은 외국인은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쉬우니 항상 조심할 것.
5. 자랑은 금물
탄자니아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나한테는 별 것 아닌 물건일지라도 현지에서는 아닐 수 있다는 것. 3년 전에 구매 한 휴대폰도 현지에서는 고가에 판매된다. 도로가에서 휴대폰을 들고 지도를 보거나, 통화를 하며 걷는다면 사실상 '제 폰 가져가세요~'라는 신호다.
아래 기준만 잘 지켜도 거주지/숙소 내 절도, 소매치기, 오토바이 2인조 날치기, 야간 강도(무기 동반)는 피할 수 있다.
- 이동 중 통화 또는 휴대폰 사용 자제
- 현지화 또는 달러 최소 소지. 카드 이용.
- 고가의 시계, 악세서리, 전자기기 노출 지양
- 주거지/호텔에서 외출 시 귀중품(노트북, 태블릿, 카메라 등)은 캐리어에 넣어 잠그기
6. 이유 없는 친절함은 없음
탄자니아 생활 중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지 않고 지나간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위험한 행동이라 절대 실행하지 못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귀에 꽂고 싶어질 때가 많다. 거주지를 관리하는 현지인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 많은 사람들이 친절한 낯을 하고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남자친구 유무, 결혼 여부, 자녀 유무, 국적, 직업, 체류 기간 등 다양한 것을 묻는다. 하지만 100명이 말을 걸면 5명 정도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돈이나 먹을 것을 달라는 단순한 이유지만 이런 일이 지속되면 외출이 힘들어진다.
이들 모두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다만, 한 번 돈을 주거나 음식을 사주기 시작하면 거절이 어려워진다. 어느 날엔 집 앞까지 찾아와 병원비나 부조금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한 번은 현지인 경비원이 이런 상황에 처한 나한테 다가와서 도움을 주었다. 이러한 상황을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결하게 "Hapana, asante (하파나 아산테/아뇨, 괜찮아요)"하고 빠르게 그 자리를 떠나기.
7. 소리 없는 모기의 무서움
가장 많은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한 동물이 무엇일까. 바로 모기. 탄자니아에서 조심해야 할 곤충 중 하나다. 단순히 피만 내주고, 피부 좀 가려운 정도면 괜찮지만 일부는 말라리아, 뎅기열과 같은 질병을 옮기고 다닌다. 특히 말라리아는 감기 증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평소 모기에 물리는 체질이 아니다? 여기는 탄자니아다.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탄자니아 모기에게는 우리의 피가 특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현지 직원과 출장을 가면 우리만 모기에 물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직원들이 그랬다 "너네 피가 새로운가 봐."
모기 기피제, 모기장, 긴 옷은 기본으로 챙겨주자. 숙소를 구할 때도 모기장이 있는 숙소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탄자니아가 무서운 나라라고 말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쓴 것이 아니다. 다만 한국에서의 기준을 그대로 가지고 생활하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쉽게 지칠 수 있다.
익숙해졌다고 방심하는 순간 위험해진다. 조금 과하게 조심한다고 손해 볼 일은 없다. 나는 조심히 지낸 덕분에 크게 아픈 곳 없고, 범죄에 노출되지 않고 1년을 지내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이 글은 현지인을 의심하고 멀어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지인과 더 가깝게, 더 잘 지내기 위해 지키면 좋을 기준에 대한 기록이다.
탄자니아에서 살게 될 사람들, 여행 갈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스타 구경하기: https://www.instagram.com/i_kiffe/
블로그 구경하기: (https://blog.naver.com/kim_eyo/223707407171 (탄자니아 모시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