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카페

깔끔하고 정갈한 것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품에 대해

by 김소윤

잠시 만났던 전 썸남은 나를 공주라고 부르곤 했는데 그건 예쁘고 아름다운 의미만이 아니라 내가 깔끔하고 좋은 식당만 가려고 한다고 해서 붙여준 별명이라 들을 때마다 썩 기분 좋지는 않았다. 너무도 잠시 만나 그에겐 미처 말할 겨를이 없었는데, 내가 깔끔하고 정갈한 식당을 좋아하는 것은 식당을 깔끔하게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품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직접 카페를 운영해 보면서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라고 국밥이나 삼겹살을 안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가 좋다고 데려가는 시장 골목 안의 삼겹살 집 테이블 한 켠에는 오래된 신문지, 연필꽂이 같은 것들이 먼지 쌓인 채 흝어져 있기 마련이었고 나는 식당 주인의 삶의 향취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싫었다.


카페를 4년 간 운영하면서 나는 사장인 나의 삶과 카페를 분리하는 것이 효율적인 카페 운영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카페를 청결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품과 정성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카페 운영을 그만둔 지금도 나는 다른 카페에 가면 셀프 물 마시는 곳에서부터 감탄하곤 하는데, 물 주전자, 컵뿐만 아니라 그 밑에 깔아 둔 린넨까지 매일 몇 개씩 씻어야 할 것을 상상하면 조금이라도 비싸고 귀한 주전자나 컵을 쓴 곳의 정성이나 배려에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손님이 음료를 다 마신 컵을 갖다 주려고 카운터로 다가왔다. 그냥 테이블에 둬도 되는데,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가 어디에 부딪혔는지 쿵 하고 소리가 났다. 나는 혹여나 컵이 깨지진 않을까 후다닥 달려갔다. 그가 떨어뜨린 건 다 쓴 빨대였다. 나는 컵이 아니라 다행이다, 생각하며 휴지를 뽑아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빨대와 함께 살짝 흩뿌려진 음료를 보며 미안해하고 있었다. 나는 전혀 아무렇지 않게 괜찮아요, 하고 말하고 그가 손을 닦고 순간 갈 곳을 잃은 휴지에까지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주세요, 치워 드릴게요.


그가 반납한 쟁반에 빈 컵과 빨대와 더러워진 휴지를 담아 가져왔다. 이건 별거 아닌 일이다. 바닥을 빨리 닦아내고, 빨대와 휴지는 쓰레기통에 버리고, 컵은 세제를 써서 씻어 두면 되는 일이다. 카페에서 일하는 나는 하루에 수십 번도 더 하는, 당연한 일이다.”


라고 시작하는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이때의 나는 분명 지쳐있었다. 카페를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내가 더러워질 필요가 있었다. 나는 더러워진 손을 깨끗이 하기 위해 매일, 아니 매 시간 매 분 손을 씻었고 그래서 내 손은 항상 거칠고 메말라 있었다. 사실은 별거 아닌 일이 아니라 매번 별거인 일에 마음을 다쳐가며 일을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시 카페를 할 거냐는 질문을 종종 받으면 나는 세차게 고개를 흔든다. 사실 아예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나의 공간을 아름답고 깨끗하고 정갈하게 꾸미고 유지하는데 드는 일은 내가 잘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안다. 그래서 더 그런 곳에 가면 감탄하고 감사하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할 줄도 알게 되었다. 내가 잘하는 일로 돈을 벌어서 좋은 공간을 만드는 분들께 돈을 쓰면서 사는 것이 내게 어울리는 일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주라고 불리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렇게 부르는 사람이 이상한 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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