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박근혜를 좋아한다.
우리 엄마는 박근혜를 좋아한다.
안 그래도 시끌벅적한 우리 가족은 덕택에 조금 더 시끄러워졌다. 재임 시절에는 실질적인 업무나 정책으로 박근혜를 비판해보려 했다. 아빠는 박근혜가 그래도 잘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으려고 노력하시다가, 그녀가 대통령이 된 지 2년이 지나면서부터 입을 다무셨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서 우리 가족은 티브이를 보면서 조용해졌다. 나는 속으로 그래 이제는 엄마가 변하겠지, 하고 의기양양했다. 내 말이 맞지 엄마? 나는 그녀가 대통령 할 만한 인간이 아니란 걸 진즉에 알고 있었다고.
국회에서 그녀의 나체를 연상시키는 패러디물로 한창 시끌벅적할 때, 뉴스를 보는 엄마의 분노에 찬 나지막한 욕설을 듣고, 나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감히. 미친놈들."
엄마, 한 나라의 대통령이 여태 한 짓을 좀 보세요. 엄마의 여생을 책임질 국민연금부터 생각해봐요. 어릴 때 부모님이 죽었다는 이유로 (지금 돈으로) 몇백억을 받는다면 지금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거라고요. 왜 대체 엄마가 그녀의 편인 건데요. 나체 패러디가 뭐 어쨌다고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욕을 하시는 거예요. 그녀는 왕이, 신이 아니라고요.
하지만 우리 엄마였다. 세상에서 제일 나를 사랑하는 엄마를 고작 박근혜 때문에 미워할 수는 없었다. 나는 마음이 괴로웠다.
아빠가 이야기를 하나 해 주셨다. 김영삼 대통령이 부산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김영삼 대통령의 아버지가 부산 사람들이 배를 곪을 만큼 가난할 때 쌀을 나눠줬기 때문이란다. 배고플 때 먹을 것을 나눠 준 이에게 가진 그 고마운 마음이 그 아들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로 바뀐 거라고. 그렇게 나이 든 사람들은 정치적 지지가 감정적이라고.
착잡했지만, 그래선 안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이해는 갔다. 그 사람들에게, 엄마에게, 정치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선을 그을 문제 같은 게 아니었다. 먹을 것을 해결해준 김영삼, 박정희가 고맙고 또 그래서 그의 자식들도 무조건 고맙고 좋은 것이었다.
아직도 아빠 동창들의 단체 카톡방이나 밴드에는 박근혜의 사면을 주장하고 홍준표를 지지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유독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다고 한다. 그들의 정치는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옳지 않다. 하지만 인간관계는 크고 작음을 떠나서 사실 감정이 우선이다. 그래서 그들은 쉬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살면서 그들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나라도 이해하면, 나중에라도 조금씩 바뀔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금씩 조금씩 세상이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