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 Jun 22. 2021

'카피'라고 쓰고 '공감'이라고 읽는다

예전에는 광고가 재미없었는데 요즘은 뒷내용이 궁금해서 채널을 고정시킬 때가 종종 있다. 그런 광고는 자신의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나열하지 않는다.  아이폰 광고처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든가, kcc 스위첸 광고처럼 시청자들의 마음속을 한 번 들어갔다 나온 듯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앞세우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문명의 충돌'이라는 제목의  kcc 스위첸 광고는 유튜브 3,500만 뷰의 조회수를 달성했고, '올해의 광고 대상', '국민이 선택한 좋은 광고상' 대상, '서울영상광고제' 디지털 부문 금상, '대한민국 광고대상' TV부문 금상을 수상했다.(거기에 남자 배우 김남희 님은  <스위트홈>에도 나오는데, 목소리 넘 좋으시다. ㅋ) 

문명의 충돌 시리즈에는 여러 에피소드가 있다. 그중 여자가 방에서 침대 위에 옷을 펼쳐놓은 채 어떤 걸 입고 갈지 고르고 있는데 남자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이렇게 말한다. 

"시간 늦었어. 그거 이뻐. 아무거나 입어. 똑같아 똑같아." 

그러자 여자가 벌컥 화를 내며 자기는 안 간다고 하는 장면에서 나는 빵 터졌다. 정말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쩜 그렇게 여자 마음을 잘 알고 콕 집어 표현했을까? 

그게 끝이 아니다. 그렇게 문명의 충돌은 일어나지만 '가족이란 좋은 거 보면 제일 먼저 생각나고, 맛있는 거 먹으면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이라면서 긴 웃음 위에 짧고도 깊은 감동을 얹어 마무리한다. 

이렇듯 다른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글이나 카피를 쓰기 위해 카피라이팅 수업에서는 마인드맵을 그리는 작업이랑 문장 바꾸기 훈련을 했다. 

마인드맵은 하나의 주제어를 가지고 자신의 경험 안에서 다양한 다른 단어들로 연결시키는 거다. 수업 초기 선생님이 '여름'이라는 단어를 제시했는데 나는 '휴가'와 '다이어트'라고 썼다가 그런 일반적인 단어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단어를 생각해 내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칭찬받았던 적도 있는데, '커피'라는 제시어에서 '네스프레소', '조지 클루니', '아이폰 광고'를 생각해 냈을 때였다. 나는 집에서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를 즐겨 먹었고, 네스프레소 광고 모델인 조지 클루니에 생각이 미쳤다가 그당시 아이폰 광고가 핫했던 시기여서 그렇게 생각해 낸 거였다. 하나의 주제에서 인물을 끌어낸 것은 잘한 거라며 칭찬을 받으니 별거 아닌데 왜 그리 기분이 좋았던지. ㅋ 정답은 없는 거지만, 이렇듯 생각을 거듭해서 말랑말랑하게 사고를 확장시키는 게 중요하다. 

문장을 바꾸는 활동도 있었는데, 카피 쓰기가 힘든 이유는 콜라를 콜라라고 말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를테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라고 쓰면 카피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편하긴 한데 이런 문장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수는 없다. 그러니까 눈길 한 번이라도 줄 수 있는 다른 말로 대체시키는 거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를 다른 말로 바꾸라고 했을 때 나는 '남이 해주는 밥'이라고 했고, 다른 수강생들은 '동생이 끓여주는 라면', 'PC방에서 먹는 짜파게티' 등 다양하게 말했다. 동생이 없어서 동생이 끓여주는 라면을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지만, 또 PC방에서 짜파게티를 판다는 것을 몰랐던 나지만 왠지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공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주부 아닌 분들도 '남이 해주는 밥'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식사일 수 있다는 사실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연습은 평소에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가장 지루한 시간'을 다른 말로 바꾸면 '지하 일층에서 택배 기사님이 탑승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즘처럼 택배 물량이 많은 시기에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택배 기사님이 탑승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져서 생각해 낸 건데, 이걸로 선생님께 칭찬 많이 받았다. 

생각해 보니, 다른 사람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건 나 자신을 잘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듯하다. 오늘부터 '나 집중 탐구생활'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이 글자만 확실히 알아도 맞춤법 꽤아는 사람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