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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Jun 11. 2021

책 제목과의 전쟁

'책 표지는 책의 전부다.' 

라고 말하면 누군가는 책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유명 저자가 아닌 신간일 경우 책 표지는 책의 전부나 마찬가지다. 어쨌든 수많은 책들 가운데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물론 책의 내용이 더더더!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책 표지가 책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출판사에서는 표지와 제목을 정하기 위해 정말 정말 심혈을 기울인다. 그 정도 표현으로는 턱도 없을 만큼 열과 성을 다한다. 유시민 선생님이나 정유정 작가님, 오은영 선생님 같은 분들이 책을 냈을 경우에는 예외다. 그분들의 책은 평범하기 그지없는 제목을 붙여놔도 저절로 팔린다(물론 출판사에서 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독자들의 픽을 당해야 하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는 회의를 거듭하고, 편집자는 머리 싸매고 고민하는 번뇌의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도 생각하고, 지하철 속에서도 생각하고, 그 책을 만드는 내내 제목을 생각하기 위해 고민하고 갈등한다. 

좋은 제목이라는 게 오래 생각한다고 많이 나오는 게 아니다. 처음에 생각한 몇 가지 제목 패턴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비슷비슷한 제목만 떠오르는 게 문제인 거다. 나 역시 그랬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처음 생각한 제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제목들만 떠올랐다.

제목을 잘 뽑기 위해서는 무식하지만 양으로 승부해야 한다. 누구는 100개를 쓰기도 했다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계속 비슷한 패턴의 제목만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마인드맵을 그려보는 방법이 있다. 흰 종이를 꺼내 이 책에서 키워드를 몇 개 뽑아내고 가지치기로 연상되는 것들을 적는다. 개인적인 경험을 넣어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 자기만의 고유한 단어나 문장들이 떠오르게 된다. 

두 번째 방법은 이미지를 찾아보는 거다. 구글 이미지나 게티이미지뱅크에서 키워드 검색을 하고 이미지들을 보면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좀 더 새로운 단어들이 떠오를 수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에세이를 만드는 법>이라는 책에서 본 내용인데, 이 책의 저자는 하정우 배우나 김이나 작사가의 책을 만들었다. 그분은 교정지를 하나씩 넘겨가면서 흰 종이에 중요한 단어와 문장을 여기저기에 적는다고 한다. 그런 다음 그 단어들을 조합하는데, 이런 과정을 통해 좋은 제목들을 많이 뽑아냈다고 한다.  

네 번째는 방법이라기보다 요즘의 트렌드를 말하면, 구어체로 쓴 제목이 대체적으로 반응이 좋다. 머릿속 이미지로 잘 떠오르는 제목, 말하듯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제목이면 긍정적인 반응을 기대할 만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책 제목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다.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제목발로 많이 팔린 줄 알았더니 읽는 내내 너무나 유쾌하고 재밌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책 제목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유리멘탈을 위한 심리학>,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50이 되었다>, <공부머리 독서법>, <초3보다 중요한 학년은 없습니다>, <너를 영어 1등급으로 만들어주마>, <내가 들어보지 못해서, 아이에게 해주지 못한 말들>, <혼자 사는데 돈이라도 있어야지>, <나도 한 문장 쓰면 바랄 게 없겠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아이를 맡기는 엄마 아빠에게>다.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아이를 맡기는 엄마 아빠에게>는 표지 카피도 좋다. '아이를 돌봐주셔서 고맙고, 미안하고, 불안합니다.'라는 문장 한 줄이 책 하단에 들어가 있는데, 어쩜 그렇게 콕 짚어서 표현했을까 싶다. 이전에도 조부모 육아책은 많이 나왔지만, 이 책처럼 잘 팔린 책은 없었다. 내용은 안 읽어서 알 수 없지만 책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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